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두 사람의 영국인은 그 일대 에스키모 마을들에서는 가장 우수한 명사수로 알려진 콘린을 따라가고 있었다. 콘린은 백발백중의 명사수였고 한 방으로 뇌조를 두 마리 한꺼번에 잡는다는 사수였다. 총탄이 여러 개 나가는 산탄총이 아니라 단 한 발 나가는 라이플총이었는데 콘린은 그 총탄이 한 마리의 몸을 관통하여 다른 뇌조에 맞도록 겨냥했다.

아침 10시 천막에서 나와 앞서 가던 콘린이 손을 들어 올렸다. 바다코끼리를 발견했다는 신호였다. 바다코끼리가 어디에 있는가.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500m 저쪽에 있었다. 거대한 바다코끼리였으며 반 톤이 넘을 것 같았다. 녀석은 구멍에서 나와 누워 있었다. 잠을 자고 있는 건 같았는데 가끔 대가리를 쳐들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 이쪽을 발견 못한 것 같았으며 이내 또 대가리를 숙여 잠을 자고 있었다. 백야의 아침 떠올라오는 태양이 따뜻한 빛을 녀석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콘린이 방패 같은 가리개로 앞을 막으면서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사냥에 방해가 되지않도록 100m쯤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콘린이 500m의 거리를 300m로 줄었으나 바다코끼리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바다코끼리는 또 대가리를 치켜들고 주위를 살폈다가 다시 대가리를 숨기고 잠들었다.

콘린은 아직 총을 쏘지 않고 끈기 있게 기어가고 있었다. 거리가 100m로 단축되자 콘린이 총을 들어 올렸다. 기회였다.

바다코끼리가 다시 대가리를 치켜 들고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콘린이 발포했다. 명중이었다. 바다코끼리의 몸이 뒤집어졌다.

그러자 콘린이 뛰기시작했다. 무서운 속도였다. 단거리 육상선수의 속도였으며 거기까지 가는데 15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영국인들도 뛰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핏자국만 있을 뿐 바다코끼리는 없었다. 구멍 주위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바다코끼리는 즉사하지 않고 구멍 안으로 도망가버렸다. 콘린이 분통이 터져 고함을 질렀다. 총탄이 대가리에 맞기는 맞았으나 급소를 벗어난 것 같았다.

"좋은 구멍이었는데 내가 실수를 했어.. 어젯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콘린은 그 좋은 구멍을 포기하지 않았다. 콘린은 천막에 돌아와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그 구멍쪽으로 갔다. 영국인들도 또 따라갔다. 좋은 구멍이나 또 다른 녀석이 올라올 것이라는 콘린의 말이 옳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핏자국이 남아 있었으나 다른 바다코끼리 두 마리가 올라와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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