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 에스키모 친구가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무역교역소에 팔려고 갖고 나온 바다표범 껍질들을 보고 캡틴 아리트가 그들 친구의 총 솜씨를 칭찬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석 장의 껍질은 모두 급소인 이마에 총구멍이 나있었다. 그 친구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바다표범이 얼음판 구멍에서 나왔을 때 이렇게 총탄을 급소에 명중시켜 즉사를 시키지 않으면 곧 구멍 안으로 도망가지."

그럼 그 바다표범사냥은 실패한다.

옆에 있던 다른 에스키모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우리 마을 사냥꾼은 모두 명사수이지."

교역소가 있는 캐나다 멜빈반도 에스키모 마을에서 100㎞쯤 떨어져 있는 사냥꾼 마을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방금 구입한 맥주상자에서 맥주를 서너 병 뽑아 영국에서 왔다는 두 명의 나그네에게 권했다.

"영국서 여기까지 뭘 하려고 왔나."

"우리도 사냥꾼인데 사냥을 하려고 왔지."

"그렇다면 우리 마을에 가서 우리와 함께 사냥을 하지."

두 사람의 영국 민속학자들은 에스키모들의 생활 실태를 조사하려고 거기까지 왔으나 당장 숙소가 없어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에스키모들은 본디가 성질이 급했다. 인사도 통성명도 필요 없었다. 합의가 되었다. 그러자 에스키모 사냥꾼들과 영국 사냥꾼들의 합의를 듣고 있던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물품교역소의 소장이 얼른 그렇다면 교역소에서 쓰고 있는 스노보트를 타고 가라고 권고했다. 영국에서 온 두 사람은 스스로는 떠돌이 사냥꾼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교역소 소장은 그들이 영국왕실박물관 소속의 소장 민속학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1954년 5월 말이었다.

그때는 북극사람들에게는 아주 기분이 좋은 시기였다. 낮이 없고 밤만 있는 깜깜한 날씨가 그때부터 태양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그때부터는 낮만 있고 밤이 없는 백야(白夜)가 시작되어 내년 봄까지 계속될 것이었다.

"좋아 그 스노보트 같으면 내일 밤이면 우리 마을에 도착할 수 있어."

그랬다. 좋은 날씨에 좋은 썰매였다.

네 사람을 태운 스노보트는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는 해안선을 따라 질주했다. 밤새 질주했으나 이미 백야가 시작되어 있어 앞길을 밝혀줄 조명등 같은 것은 필요없었다.

스노보트는 다음날 밤에 사냥꾼마을에 돌입했다. 그 소리에 온마을 사람들과 개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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