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속도조절 대신 적극행보 김종필·고건 등 각계 원로 면담 새누리 심장부 대구·경북 방문 충청권과 연대 신호탄 등 관측

2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반기문(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김관용(왼쪽) 경북도지사, 류왕근(오른쪽) 하회마을 보존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양진당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반기문(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김관용(왼쪽) 경북도지사, 류왕근(오른쪽) 하회마을 보존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양진당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말과 휴일인 28-29일 차기 대권과 관련, 의미심장한 발걸음을 연이어 디뎠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차 출국한 지난 25일 1년만에 방한해 `대권 시사` 발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는가 싶더니 2라운드 행보는 더욱 거리낌이 없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애매모호한 화법 대신 정교하게 계산된 듯한 언사와 행동은 대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정치권의 반응을 불러왔다.

반 총장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뒤 귀국해 28일 충청권 맹주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자택을 찾아 배석자 없이 30분 동안 환담을 나눴다.

반 총장은 지난해 JP 구순 생일 때 편지를 통해 면담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이날 전격 방문하면서 회동이 이루어졌다.

JP는 회동 직후 기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비밀 얘기만 했다"고 궁금증을 자극했고, 반 총장은 "인사만 나눴다"고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은 동향인 데다 반 총장이 외교부 근무 시절 JP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모종의 대화를 나눴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대화 테이블에 오른 소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지만 30분은 서로의 속내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란 점에서 반 총장의 포부를 놓고 정치 9단 JP의 조언이 있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 총장은 이어 고건, 노신영, 이현재, 한승수 전 총리를 포함한 각계 원로 13명과 만찬 회동을 가져 관심을 집중시켰다.

참석자들은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각계 원로들과 두 시간 가까이 식사를 한만큼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더라도 원론적 차원에서 자신의 입장과 거취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대선 의지를 표출했을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반 총장은 29일에는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을 돌며 대선 잠룡(潛龍)을 연상시키는 행보를 펼쳤다. 반 총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 충효당에서 경북도와 하회마을이 준비한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해 눈길을 끌었다. 하회마을 측은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4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다"라고 주목을 고른 이유를 밝혔지만 `나무 중의 제왕`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을 만난 것을 놓고는 충청과 TK의 연대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반 총장은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나 충청권 인사들과는 특별한 만남을 갖지 않았다. 대권 의지를 보인 마당에 사적인 인연이나 특정 지역의 틀 속에 갖히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은 반 총장 행보를 지켜보며 심사가 복잡한 듯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반 총장 방문 하루 전인 27일 안동을 먼저 찾아가 온갖 억측을 불러 일으켰고,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9일 서울에서 `한국경제 해법 찾기와 공정성장론` 강연을 통해 그가 주창해온 `공정경제`에 집중했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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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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