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 추진 등 역할론 강조 통일·외교능력 부각에 주력 대권 도전엔 "과잉 해석"

 26일 오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을 계기로 그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한 첫날인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던 반 총장은 일단 26일에는 자신의 발언이 과잉, 확대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전직 외교장관 등과의 조찬 자리에서 이같이 밝혀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모임에 참석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반 총장이 어제 얘기가 너무 과잉해석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언론에) 바로 대선 출마를 결심한 듯이 많이 보도됐는데 확대 해석됐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전날 발언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사실상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 총장은 조찬에서 대선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지만 "분열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된다. 통합시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언급, 전날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차단하되 차기 지도자의 덕목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보이려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반 총장은 일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직무에 충실하면서 '통일과 외교'라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론 외교관과 충청 출신 등 측근지지 그룹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대권 플랜'을 가동하면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반 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저는 북한에 더 이상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기조연설의 방점을 북한 해법 찾기에 뒀다.

그러면서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 여건이 되면 그동안 추진해온 방북을 통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은 최근 대단히 우려스러운 행동을 취한 바 있다"며 "국제사회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대응했고,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제재를 강화했다"고 유엔 차원의 제재 도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자신이 북핵 해결의 적임자라는 뉘앙스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반 총장은 '세계 대통령'이라는 리더십과 신선한 대중적 이미지를 최대 무기 삼아 대선 가도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출신으로 합리적이고 중도적 성향을 지닌 데다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지 않아 외연 확장과 통합능력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권으로 가는 길은 험로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한 혹독한 검증 공세가 불보듯 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이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비판에 나서며 견제에 들어갔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 남은 상황에서 자칫 '한방'이 터져나올 경우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 만큼 강점을 지닌 대권 후보가 없지만 동시에 약점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1차로 검증 공세를 이겨내야겠지만 통합과 경제·민생 분야의 이슈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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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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