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혁신비대위원장에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도 여당 '법정관리 업무' 개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회를 찾은 그는 "만약 지금까지 퇴행적 관행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깨뜨려야 한다"며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지만 여당 혁신비대위에 대한 국민 기대치에 맞게 강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참패 후 달포가 한참 지나서야 혁신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정진석 윈내대표를 뽑는 데까지는 잡음 없이 진행됐지만 당내 폐습을 뜯어고칠 권능을 맡길 간판 인물에 대해 계파간 셈법이 달랐기 때문에 속절없이 시일을 허비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지난 일이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김희옥 카드에 대해 계파간에 다소간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 또한 한가하고 물정 모르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내년 말 대선 때 정권을 내놓을 생각이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김희옥 비대위 체제하에서 환골탈태해야 희망을 키울 수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라는 '환란'에 직면한 처지이며, 기업으로 치면 '법정관리'는 예고된 수순이다. 비록 새누리당이 초빙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김 내정자는 엄연한 법정관리인 지위를 갖게 된다. 요컨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에 당권을 이양하기 전까지 당무 일반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권자는 김 내정자다. 그 과정에 새로 선임될 비대위원들이 참여하게 됨은 물론이다. 새누리당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법정관리에는 두개의 상반된 얼굴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강력한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 단계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파산선고를 받아 분해되는 것이다.

어느 길로 들어설지는 김희옥 혁신비대위에 달렸다. 국민이 공감할 수준의 당 체질개선과 낡은 관행을 혁파해 내면 활로가 열릴 것이고, 모든 게 시늉에 그치면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김 내정자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독하게 마음 먹어야 한다. 당내에서 '곡성'이 터질 정도로 메스를 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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