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아프리카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리카온이나 표범들이 덩치만 컸지 저항력이 없는 개미핥기를 무참하게 뜯어먹는 그 광경이었다. 바보 같은 개미핥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죽었는데 그건 차마 볼 수 없는 참극이었다.

그런데 때로는 예외가 있었다.

그때도 표범 한 마리가 개미핥기를 발건하고 대뜸 목덜미를 노리고 덤벼들었다. 개미핥기는 두 발로 선 자세로 어색하게 앞발을 흔들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 같으면 그때 이미 승부가 났고 개미핥기는 목에서 피를 뿌리면서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그 개미핥기는 목줄을 노리고 가슴팍에 뛰어든 표범을 앞발로 콱 껴안았다. 그럴 때의 개미핥기의 앞발과 발톱은 강했다. 표범이 꼼짝을 못하고 비명을 절렀으나 개미핥기는 너 죽고 나 죽자고 죽음의 포옹을 더 압축했다. 표범이 그 포옹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표범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다가 약 3분 후에 간신히 그 포옹에서 빠져나왔으나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듯 비틀거리면서 도망갔다. 표범은 뒤로 돌아보지 않고 비틀거리면서 도망가고 있었으나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다.

뭔 일일까. 뭔 일로 그 바보 같은 개미핥기가 그런 과감한 반격을 했을까.

개미핥기는 더 이상 표범을 추격하지않고 가까이에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 개미핥기의 새끼가 있었다. 생후 몇 달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새끼가 오돌오돌 떨고 있다가 강적을 물리치고 다가온 어미의 품에 뛰어들었다.

"엄마 만세.엄마 만세."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관광객들도 만세를 부르며 용감한 어미 개미핥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동물학자들은 약육강식의 아프리카에서 포식동물들의 공격을 받으면 이렇다 할 저항을 못하고 죽는 개미핥기들이 그 씨를 유지하고 있는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제 그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개미핥기는 1년에 한 번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키웠는데 새끼의 보호를 철저하게 하여 그 생존율이 높았다. 그래서 개미핥기 무리의 씨가 유지되고 있었다.

개미핥기는 그 동작이 느려 포식동물들의 밥이 되어 씨가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그보다도 더 동작이 느린 동물이 있었다.

남미 에콰도르의 해안에서 서쪽으로 1000㎞, 동태평양의 적도(赤道) 바로 밑에 있는 갈라파고스 섬들에 사는 동물이다. 거기에 거대한 거북이 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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