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패 근절 거시적 생각 사회구조 개선 시대적 전환기 신뢰가 우선인 인식전환 절실

지난 2006년 12월 대법원은 교통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1만 원을 받은 경찰공무원에게 해임의 중징계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 이유로 받은 돈이 1만 원에 불과하지만 해당 경찰관이 먼저 돈을 요구하였다는 점, 돈을 접어서 건네주도록 하는 등 전달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는 점, 신고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었다.

한편 지난주에는 서울시 한 구청의 국장급 공무원이 건설업체의 임직원으로부터 저녁식사와 함께 5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또 다른 업체의 직원으로부터 12만 원 상당의 놀이공원 이용권을 받은 것을 이유로 해임의 징계처분을 한 것에 대해 "징계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받은 금품·향응의 액수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고, 이전에 서울시 공무원이 수동적으로 100만 원 미만의 금품·향응을 받은 경우 이 정도의 징계를 받은 예를 찾아볼 수 없어"라는 하급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위법으로 판결한 사례와 이에 대해 "대법원의 논리가 가당한가? 50만 원의 상품권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사법정의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박 글이 보도되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이 단돈 1000원의 부정한 금품만 받아도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중징계하는 내용의 `서울시 공직자 행동강령`(일명 박원순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위의 두 사례 중 어느 쪽이 더 가혹한 징계를 받은 것인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첫 번째 사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노골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방식인데 비해 두 번째 사례의 경우는 호의·선물 등의 이름으로 포장된 보다 `세련되고 부드러운`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공무원의 부정부패사건이란 점에서는 같다.

요즘 9월부터 시행 예정인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구체적 시행령안이 입법예고 되자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와 사립학교의 임직원이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법령안에 대해 당장 골프장이나 고급음식점, 술집, 한우, 굴비, 화훼산업 등의 내수위축 우려가 크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것으로 현실상 시기상조이며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소모적 논쟁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법령의 개정이나 완화, 적용예외 인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타나고 있다.

생각하건대 부정부패 근절과 국가개조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어렵사리 통과된 법을 시행조차 해보지 않은 채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내수위축을 이유로 법안의 재검토 내지 완화, 예외인정 등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사태, 최근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서 보듯 이제 우리사회는 기존의 누적된 관행과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시대적 전환기에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및 시행령안에 관한 언론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읽어보면 얼마나 국민들이 공직자집단의 부정부패를 심각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고,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5단체 초청 경제외교 성과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없던 길을 먼저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의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을 언급하고 "지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경제영토, 한류 붐, 정보기술통신 등도 중요하지만 수억의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인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우리의 인식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곽영길 충남도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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