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보호는 허약하게 만들뿐 시련도 이겨내는 강인한 마음 삶을 헤쳐가는 바른길 교육을

헬렌 켈러는 말했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은 고무되며, 성공할 수 있다고. 그렇다. 나무는 강풍과 추위를 몸으로 맞으면서 흔들리고, 시달리고, 단련되면서 뿌리를 깊이 내린다. 그래서 그는 더 큰 나무, 더 성숙한 나무가 된다. 나뭇가지가 무성하고 잎이 푸르러지면 새들의 쉼터가 된다. 강렬한 태양빛과 비바람과 눈보라 없이 어린 나무가 커서 그토록 큰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농부가 과수원에 땅을 깊이 파고, 거름을 내고, 사과나무를 심었단다. 농부는 날마다 부지런히 물을 주었다. 나무는 농부의 정성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잎을 피우고, 무성하게 커갔다. 농부의 정성에 보답하듯 사과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무렵에 농부의 과수원 밭에 붙어 있는 이웃집 과수원에도 사과나무가 심겨졌다. 이웃 농부도 땅을 파고, 거름을 내고, 사과나무 묘목을 심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태풍이 마을을 찾아왔다. 아주 강력한 태풍이었다. 사과나무들도 강한 바람에 몹시 흔들리다 못해, 나뭇가지는 부러져 나갔다. 워낙 강한 태풍인지라 대부분의 나무들은 뿌리까지 뽑히는 수모를 당하며 바닥에 덜렁 누워버렸다. 농부의 실망은 대단했다. 몇 년 동안 정성으로 거름을 주고, 물을 주었던 일이 모두 헛수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밭에 주저앉아 낙심하고 있는 농부의 눈에 기이한 풍경이 들어왔다. 이웃집 과수원의 사과나무들이었다. 그놈들은 대부분 넘어지지 않고 서 있었다. 무슨 태풍이 있었느냐는 듯이. 이웃집 과수원에 심겨진 나무들은 그토록 강한 태풍에도 가지가 조금 부러졌을 뿐 누워있는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농부는 마침내 과수 전문가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원인을 규명하도록 부탁하였다. 전문가들은 어떠한 병이 들지 않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흙을 파보고, 토질을 알아보는 등 조사에 들어갔다. 두 농부를 인터뷰하는 등 농사법에서 차이가 있었는지도 알아보았다. 결론은 아주 간단하게 나왔다.

주인 농부는 3년 동안 너무 많은 물을 주었던 것이다. 물이 풍부하니 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내리지 못했고, 토양은 늘 질퍽한 상태였다. 나무의 입장에서는 뿌리를 깊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이웃 과수원의 사과나무를 밑을 파보니 뿌리가 아주 깊이 박혀 있었다. 그 농부는 가끔 물을 주었다고 했다. 가끔 주는 물에 갈증을 느낀 나무는 물을 찾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렸고, 강력한 태풍도 거뜬히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때로는 결핍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인생에서 아쉬움도, 부족함도 있어야 삶이 깊어지고, 인생의 뿌리도 깊어진다. 자녀들에게 물을 너무 많이 주는 일은 그들이 역경을 만나 쉽게 넘어지게 하고 허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물은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정도로 적당히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물은 무엇인가? 생활의 편안함, 풍족함, 지나친 간섭이다. 자녀들에게 사랑과 관심과 지원은 필요하지만, 지나침은 금물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과 자율 능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생애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할 일을 세밀하게 계획하고, 인내를 가지고 성실하게 그 과업을 수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마마보이, 캥거루족은 지나친 보호 속에서 자라나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자제력과 결단력, 인내심과 용기가 없다. 그들은 하루아침 강풍에 넘어지는 나무와 같이 될 것이다.

김구 선생은 말했다. `신고(辛苦)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고. 큰 나무는 많은 바람을 맞는다. 괴로움은 인생의 본질 중의 하나다. 인생에 괴로움이 없다면 만족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골짜기가 깊을수록 산은 높은 법이다. 자녀들이 고난을 잘 이기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작은 괴로움을 참을 수 있게 사랑으로 가르쳐야 한다. 작은 시련과 사소한 고통을 거뜬히 이겨 낼 수 있어야 큰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

이대구 前 충남교육청 교육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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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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