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갤러리 초대전 '강호생' 전=오는 11일까지 모리스갤러리

중세 사람들은 '공백공포증후군(空白恐怖症候群)'에 시달리곤 했다. 만물을 창조한 신이 개입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여백이나 공백에 큰 공포를 느낀 탓에 중세 그림에서는 아주 작은 공백도 없이 온갖 사물로 화면이 채워져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도 여백공포에 시달린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미가 강조된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감상자의 시정(詩情)과 여운(餘韻)을 담아내거나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훌륭한 표현수단이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수묵작업으로 작품을 시작한 강호생 작가는 컬러풀한 배경으로 여백을 처리한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오래 기간 여백의 의미와 재료의 특수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붓, 먹, 물, 벼루가 지닌 속성과 물의 양, 필선의 속도, 힘과 유연성, 물질 간 시차 등 감각적인 행위가 만나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참구하는 것이 강 작가의 작업의 핵심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