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녹는 문제점 방관 방사능 피해 키워 원자로 용기·격납건물 안전설비 대폭 강화 과학·국가·조직문화 개선 종합적 대응 필요

5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살펴보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개요는 대략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 사고는 규모가 매우 큰 지진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지진으로 인해 쯔나미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쯔나미 파도를 막아주어야 할 방파제의 높이가 낮아서 원자력발전소가 침수되었다. 원자력발전소 내의 모든 비상발전기는 침수되었고, 따라서 전기를 공급할 수가 없었다. 전기가 없으면 뜨거운 핵연료를 식혀줄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원자로내의 핵연료가 녹아버렸다. 불행하게도 녹아내린 핵연료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을 가둘 수 있는 격납건물도 이미 파손이 되어 핵연료 안에 있던 방사능의 상당 부분이 외부로 방출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고 전개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얻게 된다. 우선 이런 사고는 이미 충분히 예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규모가 매우 큰 지진은 언제라도 올 수가 있고 이로 인해 쯔나미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쯔나미를 막는 방파제를 조금만 더 높였더라면 원자력발전소 전체가 침수되어 정전이 발생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보다 지진의 진앙지에서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미리 방파제를 높여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조그만 인식의 차이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확률은 매우 낮을 수 있지만 원자력발전소내의 핵연료가 녹아서 그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고, 특히 새로 짓는 원자력발전소는 설계기준 자체가 이런 사고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현재는 만약의 사고 시 핵연료를 싸고 있는 핵연료 피복관의 파손을 막기 위하여 많은 안전설비를 구비해 놓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 추가해서 후쿠시마 사고처럼 핵연료 피복관 뿐만이 아니라 핵연료 자체가 녹아서 그 속에 있던 방사능이 나오는 경우도 가정해서 추가로 안전설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외부로의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원자로 용기와 격납건물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전설비를 추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같이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매우 엄중한 사고는 원자력발전소 역사상 세 번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을 역순으로 보면 2011년에 일어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그리고 1979년 미국의 티엠아이 원자력발전소 등이다. 이를 잘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소위 원자력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구소련,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혹독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원자력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가 정책과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기관의 조직 문화 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 산업안전은 그 대상이 작업장 내부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지만 원자력 안전의 대상은 원자력발전소 밖에 있는 주민들이다. 그 이유는 바로 방사능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안에서 방사능이 가장 많은 곳이 핵연료이고 핵연료가 녹았을 때 가장 많은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따라서 핵연료가 녹는 것은 무슨 수가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그래도 만약에 핵연료가 녹았다면 그 안에 있던 방사능이 외부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원자력안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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