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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호 세상보기] 주한 미국대사의 국회 방문과 법조계의 할 일

2016-01-25기사 편집 2016-01-25 04: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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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전문분야 진출 갈수록 증가 타 직군보다 상대적 글로벌 경쟁 적어 우물안 벗어나 '시장개방' 대비 나서야

최근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를 두 번이나 방문한 사건이 보도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시장을 더욱 완전하게 개방하는 법을 채택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원장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개방 압력이라거나 더 나아가 주권침해라는 시각이 있고,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런 입장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시각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는 법조계의 경쟁력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것이 시장개방 문제였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법조계가 어찌하다 다른 나라로부터 이런 요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또한 법조계보다 우수한 인재가 적었던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 산업은 어떻게 시장개방 압력을 이겨냈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은 의대와 법대를 지망했다. 이들은 학업을 마치거나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의료계와 법조계를 구성하는 일원이 되었다. 이 두 분야의 종사자들은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전문성과 높은 보수, 사회적 지위 등으로 일반 서민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의료인들은 그동안 의술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마침내 우리나라는 일류 수준의 의료기술국가로 도약했다. 주요 국가에 첨단의료기술을 통째로 수출하기도 했고, 지난해 26만명 수준이었던 의료관광객이 올해는 36만 명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법조인들은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오로지 전담하여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일부 법조인은 국회로 진출하여 입법부의 역할을 분담했고, 다른 일부는 행정부로 진출하여 국가 정책수립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엘리트집단에서의 부정과 비리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의료계의 리베이트 관행이나 과잉진료,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 등이 대표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문제가 제대로 개선되지 못했고,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슈화됐다. 특히,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는 사법부의 치부가 되었던 '유전무죄, 무전 유죄' 문제로 까지 비화됐다. 그리고 수많은 법조인들이 국회로 진출하여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지만 그렇다고 정치 수준이나 입법 수준이 이에 비례하여 높아지지는 않았다. 일부 의료계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정부에서 전문분야 인력을 과다하게 증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력이 넘쳐나 전문성이 떨어졌고 이들 간에 과잉 경쟁을 하다 보니 각종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반대로 자격요건이 너무 높아 소수 기득권 집단이 이런 문제점을 초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증원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다투는 논쟁에 불과하다.

그런데 의료계나 법조계의 경쟁은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고 하겠다. 그동안 이들 분야에서는 우물 안에서의 경쟁이 벌어졌고, 이제는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최근에 문을 닫는 병원이 늘어나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법조인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앞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므로 법조계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훨씬 취약했던 다른 산업분야에서 시장개방을 이겨내며 더욱 발전했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선배들의 성공신화를 그리워하지 말고 앞으로의 시장 개방에 대비해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우리 법조계가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보도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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