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은 향수(鄕愁)다. 고향 같은 그리움이 있다. 대전의 원도심은 중구다. 대전의 행정,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었다. 과거 이곳은, 말 그대로 도시였고 중심지 였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영원할 줄 알았던 원도심은 쇠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980년대 둔산 신시가지 개발과 함께 중구의 모든 것은 이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전시청이 둥지를 옮기고 정부청사가 들어서며 더 이상 중구는 도시도 중심지도 아니었다.

원도심 몰락은 다양한 문제를 불러왔다. 공동화란 이름의 직격탄을 도심 한복판에 떨어뜨렸다. 원도심 활성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옛 명성을 되살리려 했지만 무소득이었다. 구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발전이란 단어는 사라졌다. 무너진 왕조가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서 듯, 그렇게 중구의 화려한 봄은 시나브로 추억 속으로 잊혀져 갔다.

시청 이전이 중구의 쇠락을 촉발시킨 `방아쇠` 였다면 최근 터진 문제는 `피스톤` 역할을 했다.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배제, 서대전공원 사유지 매입 지연 등은 그나마 옛 도심의 명맥을 이어오던 중구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근근히 현상유지를 하던 상권은 몰락 위기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찼던 거리는 먼지의 몫이 됐다. 옛 대전의 중심지가 공동화의 늪에서 허우덕대고 있는 것이다.

중구의 몰락은 정치적 위상과 비교할 때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최고의 정치력을 보유했지만 성과는 반대였다. 힘을 모아 현직 대전시장을 배출했지만, 열매는 구경조차 못했다. 시장의 정치적 고향이란 위상이 겉치레 또는 `그들만의 영광`에 불과했단 얘기다. 특히 최근 서대전역 활성화 방안으로 제기된 서대전-논산 구간 철도 직선화 등에서 보여준 대전시장의 행태는 구민의 선택에 대한 자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안해결에 대한 무능과 무관심, 무책임을 노출하며 유권자의 극한 실망을 자초한 것이다.

무릇 시장은 주민의 대표다. 선택 받은 대가를 주민에게 내놔야 한다. 두 차례나 국회의원을 만들어 준 경우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 권선택 대전시장의 행태는 주민의 선택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일할 기회를 줬으면 선택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선출직의 도리이자, 오늘날 자신의 입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성희제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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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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