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등 전통의학 가치 부상 한의사 세계진출 등 적극 대응 국제 보건환경 리더 역할 기대

권오민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원장
권오민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원장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을 위하여 설립된 UN(United Nations)의 전문 기구이다. WHO는 1978년 일차 보건의료를 주창한 알마아타 선언(declaration of Alma-Ata) 이후 전통의약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중반 각국의 전통의약 활용 현황 파악을 시작해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차 보건에 활용될 수 있는 각국의 한약 자원 정보를 취합하였다. 90년대에 들어 이러한 한약 자원을 생산, 연구, 제제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에 최초의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 전략인 `WHO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02-2005`을 수립하게 된다. 이후 WHO는 수립된 전략을 바탕으로 교육, 정보, 의료 서비스 등 전통의학 관련 업무를 다각화하며, 지금까지 시대와 지역의 요구에 발 맞춰 주기적으로 전통의학 전략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WHO는 WHO가 수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WHO 사무총장이 지정하는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인 WHO 협력 센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WHO 협력 센터는 전 세계 80여 개 회원국에 700여 개가 지정되어 세계보건기구 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 전통의약 분야에는 총 20개의 협력 센터가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유일한 한의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11년 처음 WHO 전통의약 협력 센터로 지정되면서 2015년까지 WHO를 다각도로 지원해왔다. 우리나라에는 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하여 총 3개소가 있으며, 중국에 9개소 및 일본에 2개소가 있는데, 이는 한·중·일 3국이 전통의약 분야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하여 홍콩 위생서, 마카오 위생국이 협력 센터로 지정받으면서 WHO 전통의학 협력 센터가 기존 학계 중심에서 정부 기관, 공공 기관으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WHO 전통의약 협력 센터는 최근 제1차 서태평양지역 협력 센터 포럼(2014년)과 제7차 전통의약 협력 센터 회의(2015년)를 통해 각국 간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국제 보건 향상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WHO 전통의약 협력 센터로 지정된 2011년부터 국제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해왔다. `2011-2020년 서태평양지역 전통의약 전략` 수립에 기술적 지원과 관련 지역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규제 당국자 역량 강화, 전통의약 정보 개선, 한의약 연구 정책에 대해 협력해왔다. 2012년에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의 삼자 협의를 통해 필리핀 소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 기술관을 파견하게 되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5년에 WHO 전통의약 협력 센터로 재지정 받으며 2018년까지 WHO 지원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게 됐다. 또한, 2015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전통보완의학의 국가보건의료체계 내 운영에 대한 국제회의를 주관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WHO 제네바 본부에 한의사를 파견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이처럼 한의학연구원은 WHO와 협력하며 한의약이 세계전통의약 분야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만성질환의 증가와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세계는 전통의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우리 한의약이 세계 보건의료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선현들의 말씀처럼 우리 한의약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로 변화하는 국제 보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인류의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며 미래 선진의학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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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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