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도시 원도심속 원도심 ④ 은행 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제자리 걸음

대전 중구 은행 1구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10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대전시가 추진 중인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빛 바랜 청사진`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07년 각각 은행 1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 사업시행인가 고시 이후 민자사업이란 이유로 수수방관만 해온 것으로 드러나 시와 자치구의 적극적인 사업추진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23일 시와 중구에 따르면 은행동 1-1번지 일원의 면적 9만4155.5㎡ 규모의 은행 1구역은 지난 2004년 거주민들의 동의를 통해 추진위가 승인된 이후 3년 뒤인 2007년 정비계획 수립 및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조합설립 인가고시와 이듬해인 2008년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돼 사업추진은 쾌속선을 탔다. 당시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LG CNS, ㈜KT, ㈜삼성SDS, ㈜LG전자 등 4개 IT업체가 협력업체로 가세해, 241.6m의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부동산 업계에 경기침체가 찾아오면서 사실상 모든 사업이 중단됐으며 원도심공동화현상으로 인근 지역의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정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업정체의 화살은 시와 중구로 향하고 있다. 10년 넘게 사업이 중단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골목재생사업 중 일환으로 벽화그리기, 조형작품 설치 등 `목척시장에 부는 바람`사업을 추진한 것 외에는 은행 1구역에 관련된 예산배정은 그 동안 전무했다. 내년 예산배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비사업을 승인해 준 것은 시와 중구에 있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와 중구는 은행 1구역이 민자사업이며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묶여있는 탓에 이중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투입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거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우범지대로 전락해 거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고 사업 정체는 주민 갈등으로 번져 현재 조합은 제 구실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정비구역해제도 어렵다. 조합원의 과반 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지만 그 동안 개발차원의 기업 투자비인 130억여원이 걸려 있어 해제가 된다면 투자비에 대한 책임을 조합원들이 그대로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구는 지난 10월 일부 조합원들에 의한 임시총회 개최를 승인해줬지만 이마저도 예산 상 문제로 개최가 지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1구역의 한 조합원은 "은행 1구역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은 지가 10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주민 간 다툼만 있었던 데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하염없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뚜렷한 계획 없이 사업계획을 승인해준 지자체도 한심하고 수익성만 저울질 하는 기업도 답답하기 그지 없다"고 토로했다. 시는 대전역 인근의 역세권과 충남도청을 잇는 중앙로를 중심으로 원도심활성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은행 1구역과 은행 2구역의 올해 공시지가(구역내 표준지 평균, 단위 ㎡)는 각각 162만1481원, 493만4400원으로 3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토막 원도심 활성화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은행 1구역사업은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자체에서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조합이 정상화돼야 하고 이후 주민총회 개최를 통해 향방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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