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인 나에게 아침 시간의 여유는 차 안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안면도의 풍경을 즐기며 출근할 때다. 유치원에 들어서면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아이들이 마실 보리차도 끓여 놓고, 수업할 자료를 챙겨놓으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우리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느 날은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 아이들이 모두 등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유치원 안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아이가 쪼르르 화장실 문 앞까지 따라와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선생님, 쉬 하러 갔어요?"

변기에 앉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응아 하러 갔어요?"

"아~니"

"근데 왜 물티슈 가지고 들어가요?"(자세히도 봤구나)

"어~,그게~ 말이지."

에효~ 화장실에 앉아서도 마음 편히 볼일을 보지 못하고,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

한 학급 유치원에 근무하다 보니 혼자 교육과정 운영에 각종 행사 계획과 진행, 유치원 살림을 꾸리는 일과 인력들 관리까지 모두 해내야 해서 고달플 때도 있고, 종종 회의감이 밀려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 지쳐서 잠시 앉아있을 때, 이 어려운 일들을 견디고 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과 강력한 보상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에서 키운 방울토마토 두 알을 선생님 드리고 싶다고 고사리 손에 꼭 쥐고 와서 전해준 아이.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이 나왔을 때, 선생님 식판에 있는 반찬을 넘보며 "선생님, 이거 먹고 배터지면 어떡해요? 뚱뚱이 되면 어떡해요?"라며 과한 걱정을 해주는 엉뚱한 아이.

이런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힘든 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또 다시 힘을 낸다. 세상에서 사랑한다는 고백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 내 모습이 아이들의 그림 속에 날씬하고 예쁜 공주님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직업! 그 직업은 바로 유치원선생님이고, 나는 그런 멋진 직업을 가진 유치원선생님이어서 오늘도 행복하다.

김선양 안중초 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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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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