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중심 교육 미래는 암울 소통·창의·문제의식 함양 생각의 다양성부터 길러야

교육은 현재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고,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2003년 OECD의 DeSeCo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량(언어와 상징, 텍스트를 양방향적으로 활용하기, 지식과 정보를 양방향적으로 활용하기, 정보기술을 양방향적으로 활용하기, 타인과 관계 맺기 등)을 제시하고, EU에서도 핵심 역량을 제시하였으며,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여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경향에 발맞추어 2007년 이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미래 한국인의 핵심 역량 증진`과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였고, 누적된 핵심 역량 관련 연구를 반영하여 2017년부터 학교에 적용되는 `2015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개정하였다.

교과교육을 포함한 학교교육 모든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 역량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을,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 문제해결, 대인관계, 기초학습,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정보처리, 문화예술함유 능력`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학교 안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 밖 교육을 포함)은 핵심 역량 신장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의사소통 능력`을 예로 들어 보자.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음성 언어, 문자 언어, 기호와 매체 등을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 경험을 표현하거나 이해하면서 의미를 구성하고 자아와 타인, 세계의 관계를 점검·조정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학교 안 교육에서 국어과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생각과 느낌, 경험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하고 있는가? 고교 국어 시간에 주로 하는 공부가 듣기·말하기, 쓰기와 같은 의사소통 중심인가? 자아와 타인, 세계를 점검·조정하는 초인지적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구성되었는가?

대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주로 수능 문제 풀이 중심의 교육이라면, 의사소통 능력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학교 밖 교육은 어떠한가? 가정에서 자녀들이 음성, 문자, 복합 문식 매체를 충분히 이해하고 의미를 구성하도록 생활하는가? 혹시 가정 대화를 충분히 나누지 않거나, 비판적 문식 행위가 없이 매체에 그냥 노출되어 있다면 이 또한 의사소통 능력 함양과는 온도차가 크다.

하나 더. 핵심 역량으로 설정한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언어생활(학교, 가정, 사회 등)을 하고 있는가? 언어평가의 예를 들어 보자. 초등학교 3학년 문제로, "연필들이 누워서 자는 곳은?"이 나왔다고 한다. 학생은 답을 "연필꽂이"라고 썼다. 정답일까? 오답일까? 선생님은 `필통`을 답으로 하여, 이 학생의 답을 틀렸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학생은 `큰 문구점에 가 보면 연필들이 옆으로 누워서 꽂혀있기 때문에 누워서 잔다`고 생각해서 `연필꽂이`라고 썼다고 하였다. 이 생각을 근거로 하면 선생님의 채점이 올바른지 재검토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질문과 대답 또는 탐구 과정이 있는 학교나 일상대화가 이루어지는 언어생활 곳곳에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에 걸림돌이 되는 언어 사용은 없애야 한다.

언어교육은 학교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때 언어교육의 초점은 시험 점수(때로는 수능 국어 점수)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 역량`이 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화두로 언어교육을 실행하여 보도록 하자.

"(지금 사용하고 교육하는 언어가)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가?, 대인관계 능력을 배양하는가?, 기초학습 능력을 신장시키는가?,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촉진하는가?, 문화예술함유 능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가?"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언어교육의 목표를 핵심 역량 신장에 알맞게 수정해야 한다.

조재윤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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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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