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올해 안에 한·중 FTA 발효가 가능하게 됐다. 즉 FTA 규정대로 올해 1년차 관세인하가 시작되고 내년에는 좀 더 큰 폭의 2년차 관세인하가 단행될 예정이다. 낙관적 전망대로라면 경쟁 국가들에 비해 중국 시장 선점 효과를 그만큼 빨리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전제조건에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 조성이 붙어 있다. 골자는 한·중 FTA 시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농어민 지원을 위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의 이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 기금은 민간기업을 비롯해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며 연간 목표에 미달하면 정부가 부족분 충당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기금은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 의료·문화 지원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농수산물 상품권사업 등에 쓴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제 자발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은 할당과 압박이 작용할 게 뻔하다. 수출 기업들에게는 FTA로 이익이 불어날 경우 일정 비율의 금액을 기부금으로 내도록 한다는데, 특정 기업이 FTA를 통해 불린 이익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리고 정부기관 또는 대행기관이 이를 계산하려 할 경우 그만큼 행정력이 소모되고 비용이 들게 될 것이다. 수출 기업들로선 기부금을 내게 되면 그만큼 제품가격에 얹어 전가하려고 할 수도 있다.

정 이런 기금이 필요하다면 이익이 늘어난 만큼 기업이 더 낼 세금에서 떼어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는 편이 행정력 낭비도 줄일 방책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매년 적잖은 농어업 보조금이 정부예산에서 제공되는데, 농어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근본적이고 진정한 방안을 찾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농어업 보조금을 주기는 선진국도 마찬가지인데 왜 우리 농어민은 잘산다고 못하는지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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