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부 멘토' 조승우씨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

백분위 점수까지 따져 가며 치열하게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문답처럼 화두를 던진 대학생이 있다. 동명(同名)의 책을 쓴 조승우씨(서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웠고, 충남 공주의 한일고교에 입학한 뒤 반년 만에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와 기숙사 생활의 어려움으로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던 그는 한일고에서 내신 4등급으로 서울대 수시 특기자전형(2011학년도)을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더구나 상위 30% 성적우수장학금에 사회과학계열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가 찾아 낸 `내신 4등급의 서울대 진학`이라는 치열한 극복 과정(?)의 해답은 `3년 뒤` 보다는 `오늘`이 행복한 공부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대의 청소년 동아리인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YUPAD)를 창립했고, 한일고 학생회장, 앰네스티 유스 대표, 월드비전 지도밖 행군단 등 고교 3년을 꿈을 위한 다양한 도전으로 채웠다. 현재 스토리메이킹 전문가, 팟캐스트 `공부가 좋다` 운영자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공부 멘토` 조승우씨가 에듀캣 독자들을 위해 스토리를 통한 명문대 합격 비법을 전했다.

-고교 내신이 4등급이다. 서울대 수시 합격의 비결은 뭔가.

"결론부터 말하면 내신 4등급도 서울대 합격할 수 있습니다. 전공에 대한 열정, 자기주도학습, 비전과 연계된 포트폴리오 세 가지만 자신만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으면 됩니다. 단, 학생이라면 내신 성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신은 수능처럼 국·영·수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틀 안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들은 점수 만을 기계적으로 평가하지 않아요. 내신이 다소 낮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남다른 스토리와 과정이 있다면 감안을 해줍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내신은 뒤쳐졌지만 한일고 재학 시절 비교과 이력이 화려하다. 물론 고 2 때 전국모의고사 전국 11등의 실력파이기도 한데 비교과에 정성을 쏟은 이유는 뭔가.

"대학들이 바라는 인재상은 화려한 이력 자체는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고교 생활의 성실함과 교우관계입니다. 최고의 리더십 사례로 평가 받은 것이 청소시간에 청소를 독려한 활동이라면 믿어집니까? 뭔가 거창한 것을 쓰겠다는 부담감과 기억하기 힘든 자잘한 사례들을 밀쳐내면 자기소개서에 쓸거리가 없어집니다. 일기를 쓰고, 메모장에 사소한 일상을 적는 것이야 말로 자소서 작성을 위한 훌륭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스토리는 어떻게 만드나.

"전공과 꿈, 비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이정표가 없는 사람은 스토리를 만들 수가 없어요. 상담을 다녀보면 학생들은 두가지 부류입니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쓸거리가 없는 학생과 성적은 다소 뒤쳐져도 동아리활동과 독서, R&E 등 스토리가 풍부한 부류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리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본 친구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는 활동을 계획하고, 만들어 간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한일고에 입학하자 마자 성적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교학생회장에 당선되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YUPAD를 창립하고,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학교 앰네스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왜 수능과 내신만 준비하기에도 벅찬 3년의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이것이 스토리가 됐습니다."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다음 단계는 뭔가.

"자신만의 스토리가 생겼다면 가고자 하는 대학의 입시전형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제 경우, 서울대 입시전형 자료를 수집했고, 입학처장의 인터뷰와 칼럼 기사를 죄다 찾아보고 다섯 번 이상 정독했습니다. 해당 대학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대학에서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사람들은 회사 대표가 아니라 학과 교수님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전공분야에서 성공할 학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전공에 대한 열정을 강하게 전해야 합니다. 이러한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수능 점수로 전공을 정하다 보니 전과가 많은 겁니다. 서울대 등 명문대학들이 전공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있는 학생을 찾으려는 장치가 강화되는 이유입니다."

-책을 읽어 보니 정말로 돈을 주고도 얻기 힘든 대입 꿀팁이 많던데.

"자신만의 스토리가 대학 진학의 키워드라는 점을 많은 후배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 대치동을 가 보면 소논문이나 자기소개서를 만드는데 수백 만 원씩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습니다. 왜 이런 것에 휩쓸리는지 답답해요. 실제로 서울대 특기자 시험 면접에서 대치동에서 왔다는 친구가 있었어요. 논술 면접 일주일 준비하는데 2000만 원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서는 못 봤습니다. 결국, 스토리나 자기소개서는 글솜씨를 보는 게 아니라 채워진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차라리 입학사정관제를 직접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이 더 정확합니다. 책을 집필하면서 서울대, 연·고대, KAIST 선후배·동료들을 통해 감수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것이 학과의 홈페이지에서 교수들이 어떤 분이고, 어떤 분야를 연구하며,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어떤 칼럼을 썼는지 찾아 보라는 조언이었어요. 그런 정보에 기반한 소논문과 자기소개서라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반드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일고 시절 저의 소논문 주제는 동아시아 공동체였고, 당시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분야였어요. 목표 대학과 전공이 결정됐다면 자소서에 쓸 연구 주제 역시 맥락을 같이 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공과 관련되거나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공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동아리`입니다. 대학들이 눈여겨 보는 동아리는 자기전공 관심이나 교과과정의 심화학습 형태입니다. 꿈과 연계된 포트폴리오, 전공에 대한 열정을 실천하는 과정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뜨겁다. 향후 계획은.

"학업과 병행해 일주일에 3-4번 강연을 하고 있어요. 힘을 얻었다는 감사 메일에 고단함이 싹 사라집니다. 최근엔 대학 후배와 함께 다양한 `공신(공부의 신)`들을 초대해 그들만의 공부법과 수능준비 등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팟캐스트 `공부가 좋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 인문계 전국 1등 이두환 공신과 2015학년도 수능 만점 이동헌 군의 공부비법이 있으니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해 보길 권합니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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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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