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 그는 화려한 화업만큼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거듭된 결혼 실패 등 굴곡진, 평탄하지 못했던 가정사를 `남자상(1950)`에 오롯이 담아냈다.

죽기 직전 완성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고민과 번민에 괴로워하는 모습의 남자는 이인성 자신이다. 당시 이인성은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다. 첫째 부인과는 사별, 두 번째 부인은 가출을 했다. 딸 둘과 어렵게 살다가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남자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나체의 이인성은 어둡게 묘사됐다. 처한 현실이 암담하고 혼란스러운 탓일 게다.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고 눈을 감은 듯한 표정이지만 강한 우수는 감추지 못했다. 마치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연상되어진다. 나무판에 그린 탓에 목리문까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몇 번의 붓질로 얼굴의 형태와 음영을 적확하게 묘사했다. 갈등하고 고민하는 내면의 정신세계까지 간결하게 나타내고 있다. 천재화가 이인성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족두리를 쓴 여인은 세 번째 부인이 될 여인이다. 파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이미 떠난 아내다. 첫째, 또는 두 번째 부인일 것이다. 여인들은 분홍색과 파란색의 치마를 입고, 배경도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화사하게 처리했다. 비록 떠난 여인이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했을 터이다. 결혼을 앞둔 여인과는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음이다. 연거푸 두 번의 결혼은 실패했지만 세 번째 여인과의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족두리를 쓴 여인을 유난히 밝고 화사하게 묘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자상`은 형식은 다르지만 자신의 심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니 가장 정직한 `심상의 자화상`인 셈이다. 하지만 서른여섯에 결혼한 세 번째 여인과의 행복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 화단이 다 아는 애주가였던 그는 통행금지를 어겼다는 이유로 치안대원과 실랑이 끝에 총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치안대원의 검문에 "천하의 천재 이인성을 모르느냐"고 기세등등하게 윽박지르고 집에 돌아와 자다가 다음날 그 치안대원이 `환쟁이`란 사실을 알고 쫓아와 총을 쏘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화가 이인성은 서른 아홉, 불혹의 문턱에 비운에 갔지만 그림은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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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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