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국회의 성적표는 참혹했다. 여야간 막장 몸싸움과 폭력으로 `해머` 국회, `최루탄` 국회로 명명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예산안은 4년 내내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해 단독 처리됐고,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된 법안이 부지기수였다. 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관행도 여전했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평생 매달 120만 원씩의 연금을 받는 법안이 통과됐다. 선거구 획정도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한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 획정)을 방치했다.

그렇다면 이번 19대 국회는 어떨까. 작금 마지막 정기국회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18대 국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간에 치고 박는 격투만 없지 정쟁은 그칠 날이 없다. 민생은 온 데 간 데 없고,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를 놓고 `사생결단식`으로 대치중이다. 여당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기존 교과서를 바로잡는 교육 정상화 작업이라며 정부 방침을 옹호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현재 원내·외 병행 투쟁 기조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전면 장외투쟁으로 수위를 끌어올릴 태세다. 조만간 시작되는 정기국회 예산과 법안 심의도 파행과 졸속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가 물 건너 가는 `고질병`이 또다시 도지는 셈이다.

지난 주에 막을 내린 국정감사는 `허무` 국감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를 결산하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역대 최다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이 다반사였고, 황당함과 호통도 되풀이됐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혹평에 덧붙여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비판까지 회자된다.

국감이 `졸작`에 그쳤던 배경에는 여야 공히 내홍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각각이 `집안 싸움`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국민 공천제를 놓고 홍역을 치렀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지금은 휴전 상태이긴 하지만 공천 문제는 여전히 폭발력이 강한 뇌관이다. 내년 총선거는 국정 후반기에다 향후 대선 국면과 맞닿아 있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주도권 다툼은 필연적이다.

새정치연합의 당내 사정은 복잡다단하다. 최근 혁신위원회가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공공연히 탈당설까지 거론된다.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까지 맞물리면서 사분오열 양상이다. 충청권의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이 당을 향해 가슴 아픈 가정사까지 언급하며 진정 어린 호소와 절규를 했지만 메아리마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이 한 둘이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내년 20대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마저 오리무중이다.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는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 시한(10월 13일)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 왔지만 이 역시 여야의 셈법이 달라 난맥상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오를 `링`조차 결정되지 않아 사상 유례 없는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는 이유다.

정치권은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지만 의원들의 동선은 총선 준비에 쏠려 있다. 으레 그렇듯이 운동화와 옷가지를 단단히 준비하고 지역구를 누비며 표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금배지를 달 때와 달리 낮은 자세로, 아주 겸허하게 `새로운 20대 국회상` 정립을 호소하고 있다. 정작 국회는 `난장판`인데 초심을 강조하고 새 국회의 적격자임을 내세우며 읍소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렇듯 지난 18대와 19대에 이어 이번에도 정치권이나 의원들이 `도돌이 현상`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썩소`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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