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김정훈 감독 탐정 더 비기닝

한국 관객들에게 탐정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직업이다. 한국 사회에서 작은 실마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은 실재하지 않는 직업이다.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수 년째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오랜 시간 익숙하게 탐정이라는 직업을 받아들여 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체는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바로 탐정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탐정을 전면에 세운 영화의 두 주인공들은 범죄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통해 `이루지 못한 꿈`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뒤쫓는다.

가장인 아내(서영희)를 내조하며 육아를 책임지는 만화방 주인 대만(권상우)은 강력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반사신경 탓에 꿈을 이루지 못했고, 지금은 국내 최대의 미제살인사건 카페와 프로파일링 동호회를 운영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며 살고 있다. 유일한 낙은 경찰서를 기웃거리며 형사들 틈에서 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 뿐. 대만은 친구인 강력계 형사 준수(박해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 현장 주변을 맴돌며 이루지 못한 끝까지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는 그런 대만이 눈엣가시 같기만 하다. 하지만 한때 최고의 엘리트 형사로 이름을 날렸던 태수 역시 지금은 좌천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태수의 관할구역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는 다름 아닌 준수.

준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비공식 합동수사를 시작하고,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하던 그들 앞에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지난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 이번 주 박스 오피스에서 `사도`를 누르고 누적관객 수 200만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추리`와 `코믹`을 적당히 섞은 장르적 특성상 명절 대목을 노린 `가족물` 정도로 여겨졌지만 새로운 콤비 성동일, 권상우의 연기 호흡이 호평을 받으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위해 권상우와 성동일 모두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몸짱` 배우답게 데뷔 이후 줄곧 화려한 액션과 진지한 캐릭터를 맡아온 권상우는 기저귀를 갈고 아내에게 얻어맞는 철 없는 남편을 연기했고, 주로 감초 역할을 맡아온 성동일은 25년 연기인생에서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들 두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재미야말로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이 준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영화는 연쇄살인의 진실을 밝히는 추리극으로 전환된다. 첫 사건 이후 잇달아 발생한 살인사건 사이에는 모두 공통점이 존재한다. 영화가 단순히 코믹한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주제가 관객들에게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영화는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배치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런 영화적 장치는 김정훈 감독이 지난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58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한 덕분에 가능했다. 물론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불륜`과 `의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랑과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코미디와 상반된 성격의 추리, 스릴러적 요소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흥행 역주행이 설명되는 완성도를 가졌다.

그래서 `탐정: 더 비기닝`이라는 노골적으로 속편을 노린 영화의 제목처럼 가까운 시기 `탐정: 더 리턴즈` 정도의 제목을 단 더 완성도 높은 후속작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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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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