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 외래를 이용할 경우 약값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경증 외래환자 약국 본인부담 차등제'가 지난 2011년 10월부터 시행돼 오고 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2013년 대형병원이 경증 외래환자에게 약제비의 30%만 부담하도록 해주다가 적발된 건수는 16만 7522건이나 됐다. 적발 금액도 8억 3923만 원에 달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모 상급 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처방전에 경증환자임을 표시하지 않고 부정발급한 건수가 3271건(3100만 원)에 달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이 기간에 254건(593만 4000원)을 같은 방식으로 부정발급했다. 감기·고혈압·당뇨 등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52개 경증질병 환자가 일반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 약국 약제비(약값+조제료)에서 3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데 상급 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이용할 때는 각각 50%와 40%를 내야 한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이 경증외래환자들의 처방전에 경증임을 표시하지 않고 부정발급해줘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부정발급에 따른 금액 환수 등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동네 의원의 의료서비스 질이 대형병원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경증질환의 대상에 감기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포함되는데 대부분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이 있는 복합 질환자의 경우 대형병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대형병원의 외래환자 쏠림 현상은 감염병 관리에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지정기준상 단순진료 질병군 비율을 하향조정하고, 전체 진료수입 중 외래환자 진료수입 비중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 동네 의원도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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