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자기주도학습이 답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이라는 시(詩)입니다. 이 시를 가만히 읽으면 입시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황새와 말, 거북, 달팽이, 굼벵이, 바위가 한날 한시에 도착한 곳이 혹시 `대학`이나 `명문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리석고 제멋대로인 해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어리석고 제멋대로 입니다. 분명 세상엔 날고, 뛰는 능력이 있는 학생이 있고, 걷고, 기고, 구르는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있지만 제각각의 능력보다는 등수를 매겨 줄을 세웁니다. 늘 승자독식과 1등을 강조합니다. 과연 제멋대로인 세상에서 우리 학생들이 `한날 한시`에 도착할 방법이 있을까요?

분명 시(詩)는 저마다 능력이 다른 동물들이 `한날 한시`에 도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시가 전하는 메시지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면 교육 전문가들은 `자기주도학습`이야 말로 해답이라고 단언합니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주도 습관을 익혀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자기주도학습은 말 그대로 학습자 스스로 공부의 목표를 세우고, 학습 과정을 결정한 뒤 공부를 수행하고,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자기주도학습은 아이에게 책임감을 키워주고, 공부에 흥미를 돋워줍니다. 또 집중력도 높여줘 더 많은 내용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 학습하므로 자신에게 알맞은 공부 요령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획득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듭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있다는 것은 공부와 관련한 시간과 감정, 스트레스 처리 등의 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자기주도학습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해 자율학습 시간이 부족하고, 능동적이지 못한 의존적 학습태도가 각인된 아이들에게 어떤 공부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왜 할 것인지를 스스로 알아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갓난아이가 첫 걸음을 떼기까지는 평균 2000번 이상 넘어지는 시행착오를 경험합니다.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을 몸으로 익히려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학생들 80%가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고 불안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형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고, 학원에 의존하는 공부 실태의 정확한 진단서인 셈입니다.

오름교육연구소의 구근회 소장(Orumedu 대표)은 이런 오류를 제때에 수정하려면 부모의 노력과 관심이 절대적이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성향부터 분석해야 하고, 무조건식의 암기 교육이나 선행 교육은 독(毒)이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자기주도, 자녀의 성격분석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타고난 성격과 인성도 다릅니다. 당연히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모두 다릅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 등 각자 잘하고 좋아하는 적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욕심이나 획일적인 학교 교육 등으로 이런 개성들은 무시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신에 맞는 공부법을 찾지 못한 채 휩쓸립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공부의 능률은 오르지 않고, 재미 역시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남들 노는 것 다 따라 놀고, 슬슬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은 늘 상위권인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면 충분히 즐겁게 느껴집니다.

두뇌의 성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두뇌성향은 선천적입니다. 학습계획을 짜고, 몰입해서 공부하는 게 맞는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가 있고, 짧게 몇 십분 단위로 쪼개서 공부하는 게 맞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과 그룹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성향도 있습니다. 조용하고 깔끔해야 공부가 잘 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모둠 형태의 그룹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적절한 개입도 필요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 스스로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옳지 않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의 로드맵을 세우는 초기에는 부모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은 대개 성질이 급하거나 인내심이 없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 두는 경향이 높습니다.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뭐든지 서두른다는 의미입니다. 서두르다 보면 정작 공부는 하고 있는데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또 게으른 아이는 시간에 쫒겨 공부를 하게 돼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역시 공부의 맥을 놓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거의 계획성이 없습니다. 늘 조급한 마음은 시간관리의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계획을 세워서 정해 놓은 시간 안에 적당한 양을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키우도록 도와야 합니다. 계획은 일일, 주간, 월간, 연간 계획의 네 종류가 있는데 일일 계획은 공부가 잘되는 시간에 취약과목을 배치하고 과목과 교재, 분량단위로 잘게 쪼개는 것이 좋습니다. 주간 계획은 주중과 주말로 나눠 주중에 정해진 분량을 다 완료했는지 여부에 따라 주말을 이용해 보충하거나 쉬는 시간으로 활용하도록 합니다. 월간 계획은 주로 시험기간을 대비해 작성하고, 연간계획은 아이의 학습 수준에 맞춰 선행학습을 진행할 지, 후행학습을 진행할 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보는 게 좋습니다.

또 실수에 대해 나무라기 보다는 목표량을 채우고, 정성 들여서 푼 문제에 대한 칭찬이 중요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칭찬이 중요한 셈인데 부모의 관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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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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