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건축 안에서 밖으로의 시작이며 개인과 공동체가 만나는 매개이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공간의 완충공간이며, 건축과 도시가 만나는 경계이다. 길은 기본적으로 통행을 목적으로 하는 물리적 동선의 역할이 있으나, 건축적으로는 개인의 삶과 더불어 공동체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아내고 그 맥락을 이어나가는 심리적 사회적공간의 역할을 한다. 그것이 바로 거리문화이다. 유럽의 도시에서는 광장을 중심으로 한 거리문화가 발달해 왔다면, 동양이나 우리의 도시에서는 전통적으로 길을 중심으로 한 거리문화가 발달해 왔다. 거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재래시장, 먹자골목, 패션거리, 카페거리 등이 그것이다.

거리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거리문화가 함께 하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들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거리의 가로계획이 다양한 컨셉의 거리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건축적 도시공간으로 제대로 디자인되어야 하며, 그것들이 주변의 지역주민의 삶과 잘 어우러져 다양하고 풍성한 재미와 함께 할 꺼리가 공존 하도록 서로 배려해야 한다. 그러한 배려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필자는 몇해 전 독일의 뮌스터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한 거리문화 재생 프로그램으로 인한 거리의 변화가, 지역의 사람과 문화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경험한 바가 있다.

특히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자본으로 시작되었으며, 여기에 함께한 전문가 집단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민·관·기업·전문가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결실은 결국 전국으로 확산되어 독일 전체의 거리문화를 재생하고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도 서울의 인사동거리, 북촌마을의 거리, 신사동 가로수 길 등 익히 알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 많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과 함께 하며, 지역경제의 활력을 불러 일으켜 함께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거리문화를 이루어내려는 노력이 그 결실을 서서히 맺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구조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사람과 건축과 거리의 모습들은 시시각각 변하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어제 거닐던 거리의 풍경들은 막 깨어난 오늘처럼 익숙하듯 낯설다. 오늘의 거리의 모습들은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도 자발적으로 우리만의 거리를 만들어 간다면 당신의 거리에서 우리만의 거리문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상우 건축사사무소에녹 건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