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명 지음·사인언스 북스·352쪽·1만7800원

최근 남아공의 한 동굴에서 최고 3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인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호모 나레디` 로 명명된 이 화석은 인간의 특성과 더 원시적인 특질이 돼 있는 초기 인류의 모습으로 직립 영장류와 인류를 연결할 `잃어버린 고리`가 될 수도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출현 연대 나열하기는 종종 헷갈리던 세계사 시험의 단골 출제문제였고 교사서 첫머리에 등장하는 그들의 모습에 `이들이 정정 우리의 조상이라고?`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개인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닮은 `사람다운 얼굴`의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고조된다.

최초의 인간은 언제 어디에서 처음 등장했을까. 정말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던 것일까, 아니면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동시다발로 출현했을까. 과연 우리 몸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원시인류는 동족을 접아먹었고 그 풍습이 현 인류에게로 이어졌다는 가설은 사실일까? 인도네시아에서 발굴된 영화 속 호빗을 꼭 닮은 난쟁이 화석은 우리와 어떤 관계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은 점점 커져간다. 책은 바로 그런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속시원히 풀어준다.

책의 제1장 `원시인은 식인종?`에서 저자는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네안데르탈인 동굴 유적에서 발굴된 수십 구의 화석을 보면서 그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아이였고 두개골이나 얼굴 부위가 적고 부서진 조각들이 많은데다 뼈 곳곳에 칼자국이 나 있어 식인의 흔적으로 추정됐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인류학자 메리 러셀의 연구결과 그것은 1차 장례를 치르고 일정 기간 경과 후 뼈를 다시 수습하는 2차 장례의 흔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힌다. 칼자국이 뼈의 중간이 아닌 마디 끝에 주로 나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 고대 인류가 식인을 했다는 건 근거 없는 추정일 뿐이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로 하여금 인류의 먼 친척쯤으로 선을 긋도록 한 `구부정하고 털로 덮인 네안데르탈`인 상상도에 관해서도 새로운 의견을 밝히는데 그건 당시 유럽인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란 것이다, 당시 유럽인은 네안데르탈인을 인류 이전의 미개 존재로 인식했고 그 모습을 그들이 미개하다 생각했던 식민지 원주민의 모습으로 복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들은 결코 미개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말이 유창했고 죽은 자를 매장할 줄 알았으며 심지어 현생인류의 독창적 발명품으로 여겨지는 동굴벽화도 그들에 의해 먼저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분석 결과 현생인류와 일치되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피 한방울 안 섞인 사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단 것이다.

책은 이밖에 인류가 언제 온 몸을 뒤덮고 있던 털을 벗고 뽀얀 피부를 갖게 됐을까,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서 유독 노년기가 연장된 까닭은 무엇일까, 농경과 문명으로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건 맞는 말일까, 큰 두뇌와 직립보행으로 인류가 얻게 된 장단점은 무엇일까 등등 지루하고 딱딱한 연대기적 기술을 벗어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떠올리는 궁금증을 소재로 인류 진화에 관한 22개의 이야기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최신 고인류학이 복원한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읽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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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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