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도긴개긴이지만 당내 분란 정도는 새정치연합이 더욱 심각해 보인다. 혁신안 등을 놓고 벌어진 당내 계파갈등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승부수를 던지자 조기 전당대회 문제로 드잡이하면서 내홍이 갈수록 태산이다. 얼마전 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문 대표에게 다시 힘을 실어줬지만 `불완전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아슬아슬하다. 비주류 의원과 상당수 당무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연출된 `별 볼일 없는 코미디`의 2막이 어떻게 전개될지 안 봐도 뻔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아무래도 새정치연합은 대선 때 득표율인 48% 덫에 갇혀 있는 듯하다. 사람을 바꿔 노선과 체질을 개선하라는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2002년 벌어진 `난닝구·빽바지 논쟁`의 확대재생산판이다. 당시 유시민 전 의원은 흰색 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첫 등원했고, 민주당원 한명은 러닝셔츠 바람으로 당무위원장에 난입해 민주당 해체 반대를 외쳤다. 실용 대 개혁으로 포장된 노선 싸움이었다. 2007년 대선 이후 당대표가 바뀐 것만 17차례에 달한다. 갈등을 치유하고, 비전을 제시할 리더십은 그때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다. 어제 내놓은 고강도 혁신안으로 당내 갈등이 봉합되리라 믿는가.
새누리당이라고 야당 사태를 강 건너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둘러싼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세 대결은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친박 후보론`과 함께 오픈프라이머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을 신호탄으로 친박계가 단일대오를 갖추는 모양새다.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 이후 잠복기에 들어간 계파갈등은 들리지 않을 뿐 째각거리는 시한폭탄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집안 싸움의 뇌관이 되리라는 건 여의도의 정설이다.
국민과 민생, 혁신, 개혁 따위를 내세운 당내 다툼의 본질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낸다. 결국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여야는 당에선 공천의 주도권을 잡으려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 기준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를 무시한 채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 사생결단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겨선 안 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에 맡긴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이러는 사이 1차 국정감사는 무용론(無用論) 속에 막을 내렸다. 국감은 입법 및 예결산 심사와 함께 의원의 3대 권한이자 의무이다. 행정부를 견제할 가장 큰 장치로 19대 국회를 마감하는 자리이건만 아니한 만 못한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쟁과 파행은 여전했고, 참고인과 증인 망신주기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의원들이 정책에 집중하는 대신 잿밥에 눈길을 돌린 탓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참으로 희한한 건 국회의 짬짜미 능력이다. 선거구 획정만 하더라도 여야는 시간을 끌 만큼 끌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하는 재주를 발휘하곤 했다. 최근 일련의 흐름에서 우려되듯 획정위를 들러리 세워 힘없는 농어촌 지역구를 줄이는 식의 야합이다. 전형적인 힘의 논리요, 정치의 횡포다. `순자`에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라는 말이 보인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제 민초들이 기댈 건 `민심의 바다`밖에 없게 됐다.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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