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입은 사회변화 초래 이익과 손해보는 사람 있어 정책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필요하지만 없는 것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부를 받거나, 훔치거나, 교환하면 된다. 기부한 사람은 개인적 만족, 명예심을 얻게 되고, 받은 사람은 고마움과 충족감을 갖는다. 교환을 통해서는 각자 자신에게 더 필요한 것을 얻어 낼 수 있다. 약탈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만 더 필요한 무언가를 빼앗겨 버리는 것으로 사회전체를 보더라도 그 물건의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부와 교환은 사회전체 가치를 증대시키지만, 훔치는 것은 가치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리한 사람들은 교환이 가장 나은 방식임을 안다. 기부는 좋은 것이지만 언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교환은 서로에게 더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둘 모두에 이익이 된다. 교환은 손해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성립할 수가 없다. 마트에서 돈을 주고 과자를 사는 것,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는 것의 기저에는 이런 교환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어느 사회든 기부는 칭찬하고, 교환은 보장하며, 약탈은 금지시키는 제도를 만든 데는 이런 깨달음에 있다.

정책은 개인, 사회, 공동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개입은 언제나 현재의 사회상태를 변화시킨다. 정부가 돈으로 하는 일은 국민이 부담한 세금을 써서 하는 것이어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세금을 낸 국민으로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집단에게로 자원이전이 이뤄진다. 규제는 이보다 더 직접적이다. 정부가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하면 일회용 컵 제조회사 매출은 감소하게 된다. 수출과 수입에 대한 개입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 정부는 중국산 마늘에 긴급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마늘수입이 급증하며 재배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었다. 이 조치로 중국이 무역보복을 하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마늘수입이 감소해 마늘농가 수입이 보장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늘농가 수입을 보장해 준 이 개입은 소비자가 값싼 마늘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정부개입은 교환을 매개로 작동하는 대부분의 사회 메커니즘과 우리의 삶의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높게 해 줄수록 직접기부가 늘고 세수는 줄어든다. 약탈금지와 같은 재산권 보호가 확실하게 이뤄지면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내 것의 일부를 내놓는 식의 교환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마피아, 조직폭력배, 강도와 절도가 증가한다. 이들에게는 이것이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교환은 더욱 극적이다. 정부가 규제로 어떤 교환을 특별히 보장해준다면 이들은 교환할 사람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이 가진 물건을 보다 정교하고 편리하게 만들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안 해도, 정부보호에 의해 교환이 가능하고 일정한 이익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개입의 효과를 학습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정부가 내 자신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그래서 정책만으로 다른 사람의 가치를 내 것이 되도록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새 자동차를 사려면 큰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동차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한다면, 경쟁이 심한 빵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과당경쟁을 막아주기 위해 정부가 신규로 빵가게 입점을 금지하는 규제를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부가 정책이란 개입수단을 조심히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좋은 일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약탈장려, 기부억제, 교환장애라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정책이든 이익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은 적극 요구하고 손해가 되는 정책은 격렬히 반대하는 모습을 어제 오늘 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자신이 설계한 정책이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돌이켜 봐야 한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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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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