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윤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조재윤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1.96달러?

8.16달러?

사회심리학자인 랭어(Langer, E. J.)의 연구에 의하면 같은 복권을 구입한 사람이 각각 위와 같은 가격으로 팔겠다고 제시하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1.96달러는 정해진 번호의 복권을 구입한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고, 8.16달러는 자신이 번호를 `선택`한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다. 수학적 확률로는 동일한데도 자신이 직접 번호를 선택한 복권이 당첨될 확률을 4배 이상 높게 보고 있다. 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컨트롤의 착각`이라고 한다.

직접 선택한 것이나, 관심이나 흥미를 가진 것은 더 특별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컨트롤의 착각 심리 현상을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 `선택`의 심리를 독서교육에 적용한 예를 들어 보자. 학생들이 학교나 선생님이 결정해 준 필독도서보다는 도서관에서 직접 읽을 책을 선택하게 한다. 이때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책이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책 중에서 학생들에게 해가 되는 책은 없으므로 학생들이 어느 책이든지 선택해서 읽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이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관점에서 결정해 주는 판단을 유보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을 독서교육의 출발점으로 삼도록 하자. 선택한 책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했다면 그 책을 집중해서 읽을 것이고, 집중해서 읽는다면 아무런 독후 활동이 없더라도 독서 능력은 향상된다. 오늘부터 내 자녀, 우리 학생들을 믿고, 선택을 존중하며, 선택할 때까지 여유 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어떨지.

필자가 2014년 1월에 캘리포니아주 4개 교육기관(HUFF ELEMENTARY SCHOOL, GREEN ELEMENTARY SCHOOL, LA THIRD STREET ELEMENTARY SCHOOL, MOUNTAIN VIEW WHISMAN SCHOOL DISTRICT)의 수업 참관, 특강을 통하여 경험한 독서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이었다. 교사는 먼저 학생들이 교실에 있는 학급문고나 도서실에 비치된 책을 자의적으로 선택하도록 권장하였다. 그리고 독서 후 결과에 대한 기록도 자신의 선택에 맞추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가시적인 독후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단, 이러한 독서 활동과 독서 후 활동의 모습은 학생 본인과 교사에 의하여 매우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로 구성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많이 주고 있는가? 어떤 과목을 몇 교시에 공부할지 학생이 선택하는가? 하고 싶은 숙제를 선택하는가? 체육 시간에 하고 싶은 운동을 선택하는가? 고등학교 선택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 교과목들이 있지만, 실제로 고등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학교에서 결정한 교과목을 따라가야 하지 않는가?) 가정에서 자녀에게 얼마나 선택할 기회를 주는가? 자녀가 가고 싶은 학원을 가는가?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가?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선택하는가? 휴일 시간 관리를 스스로 하는가? 진학하고자 대학의 학과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했는가?

초·중·고에서 선택하는 교육이 부족하여, 대학생이 되어서도 2시간짜리 학습 워크숍 참석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어머니와의 얘기`를 해야만 결정하게 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의 삶은 연속적인 선택의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우리의 선택이 삶을 개선하거나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성장하고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선택의 기회는 많아지지만,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에 되돌리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올바른 선택 능력은 지속적인 선택의 과정을 통하여 신장된다. 그러므로 선택하는 교육의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8.16달러 교육을 스스로 하게 할 것인가? 1.96달러짜리 교육을 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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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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