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매체의 대세는 단연코 셰프(chef) 다. 지상파에서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스타 셰프들의 활동은 종횡무진하다. 이러한 영향은 유명 셰프가 아니더라도 연예인이나 일반인에 이르기 까지 개인이 찾고 개발한 고유의 레시피(Recipe)를 공유함으로써, 라면에서부터 고급 스테이크까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품격 있는 음식의 문화가 형성되어가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다.

의식주(衣食住)중의 한 요소인 건축의 입장에서의 이러한 `밥 문화`는 부럽기만 하다. 거대한 경제성장과정에서 부동산 열풍에 휩쓸려 재테크의 대상으로 전략한 우리의 주거의 의미는 아직도 허기를 때우는 끼니에 불과하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쉘터(Shelter)의 개념으로, 비바람을 막아주고 아늑한 쉼터를 제공함으로써 삶을 영위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형태와 공간이 형성된다. 즉 건축의 본질은 물리적인 외적형태를 통해 내적 비움의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수많은 공간 안에서 수많은 삶을 녹여내고 채워가다 다시 비움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그 소중한 의미를 찾아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거주하고 마주하고 있는 주위를 둘러보자. 누워서, 앉아서, 일어서서, 팔을 벌리고 올리고, 가운데에서 모퉁이에서, 안에서 밖에서, 때로는 눈을 감고, 때로는 손끝으로 그렇게 온몸의 감각으로 느껴보자. 벽, 바닥, 천정, 빛, 바람…. 무의미한 대상이 유의미한 대상으로 바뀌고, 일상의 무덤덤함이 삶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바뀌는 시작의 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일생에 한번 지을 까 말까 하는 건축물을 지어가는 과정이나 전문가적인 지식의 노하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이 가지고 있는 스케일과 비용의 규모가 음식의 그것과는 태생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우며,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건축이 주는 아름다움과 다양한 공간이 연출하는 맛을 찾는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전문 건축인이 아닌 누구라도, 개개인의 느낌 그대로 찾은 건축의 즐거움을 레시피로 공유함으로써, 도심의 원룸에서부터 시골의 전원 풍경에 이르기까지 건축이 주는 소소한 일상과 삶의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의미 있을 것이며, 우리의 다양하고 성숙한 `집 문화`를 이끌어 내는 큰 바탕이 될 것이다.

이상우 에녹 건축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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