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만 사고 위험 경사로 212개소 달해

6일 오전 11시에 찾은 대전 서구 복수동의 주택가 도로변. 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내습할 경우 금방이라도 토사가 휩쓸려 내려와 주택가를 덮칠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가파른 언덕 옆에 조성된 인도에는 폭우에 휩쓸린 토사를 막아줄 울타리나 축대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인도 폭은 고작 2m도 되지 않아 많은 양의 토사가 흘려 내려올 경우 도로 맞은 편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언덕을 돌아 들어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산 비탈마다 금방이라도 쓸려 내려갈 듯한 모습의 토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단시간에 국지적인 강한 호우가 내릴 경우 십중팔구 토사가 흘러내릴 듯 보였다. 산 비탈 과 인근 주택가의 거리는 불과 30여m. 비에 깎인 토사가 배수로에 흘러들 경우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당국이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정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관리되지 않은 태풍 피해 우려 지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며 태풍 발생 시 비바람에 쓸려 내릴 토사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복수동 주민 김모(77)씨는 "그동안 비 때문에 큰 일은 없었지만, 올해 태풍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상습·대형 피해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축대·울타리와 같은 시설을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처럼 태풍에 취약한 경사로가 복수동을 포함해 대전에만 212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와 각 자치구는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태풍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급경사로와 하상도로 등에서 방재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피해가 우려되는 급경사로에 축대를 만들거나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 시설적인 보강을 실시하고, 각 마을 통장·이장 등에게 재해 위험지역 관리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특히 재해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133개소도 개설하며 태풍·집중호우에 대비했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바람에 약한 경사로와 건물의 간판 등이다. 이들을 정비하며 올 여름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며 "태풍이 발생할 경우 매뉴얼에 따라 20개 이상의 부서가 비상근무 체계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9호 태풍 `찬홈(CHAN-HOM)`과 더불어 태풍 3개가 발생함에 따라 대전·충남지역도 이번 주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9호 태풍 찬홈은 초당 최대풍속 44m 이상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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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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