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김성제 감독 소수의견

지난달 24일 메르스 여파로 인해 개봉일을 연기했던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수리 357호의 장병들과 그들의 연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다룬 연평해전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의 기세마저 꺾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아픔을 다룬 영화 `소수의견`도 2년 만에 개봉했다.

영화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뉴타운 재개발 지구에서부터 시작된다. 본격적인 재개발에 앞서 강제철거가 한창 진행 중인 이 곳에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는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그의 변론을 담당하게 된 주인공은 지방대 출신의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 이다.

큰 부담 없이 변론을 맡은 윤진원에게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닌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그리고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유독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오는 신문기자 수경(김옥빈)까지.

진원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사건, 진압 중에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국가에게 잘못을 인정 받기 위해 진원과 대석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민참여재판 및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과감한 방식을 선택한다.

영화는 지난 2010년 출간된 손아람 작가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리고 원작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지난 2009년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일어난 화재로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일명 `용산참사`로 알려져 있다.

민감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 인지 영화는 시작부터 `이야기는 허구이며, 등장인물 역시 실존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소설과 영화가 꼬집고 있는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과 공권력의 폭력성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까지 모두 픽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뉴스를 통해 접했던 고착화된 공권력의 폐단 등 왜곡된 우리 사회의 모순이 영화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구를 표방하지만 마치 우리 사회의 민 낯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은 착시 현상, 바로 이 부분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법정 영화라는 장르가 주는 매력을 살리는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결코 영화가 갖는 의미나 메시지 때문에 의무적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으며, 혹시 관람을 하더라도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소수의견은 영리한 영화다. `에린 브로코비치`, `데드 맨 워킹` 등으로 대표되는 법정영화 장르의 매력은 재판 내내 이어지는 두뇌싸움과 반전을 통해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연출에 달려 있다. 소수의견 역시 이러한 장르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은 개인적 감정이나 가치판단을 최대한 섞지 않고, 마지막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찾도록 질문을 던진다.

또 다른 영화의 강점은 긴장감 넘치는 법정 다툼 안에서도 작지만 소소한 웃음 코드들을 적절히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웃음은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시작되는 허탈한 웃음일 수도 있고, 두 주연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의 만들어 내는 웃음일 수도 있다. 물론 과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다만 초반부의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법정에서 진행되는 날선 공방에 몰입하려는 순간 맥이 끊기는 듯 느껴지는 대목들이 중간 중간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충분히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와 사회적 메시지, 영화적 재미 등 많은 부분에서 장점이 많은 영화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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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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