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단락 된 갑을오토텍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신입사원을 위장 채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노조를 무력화할 목적의 폭력을 일으키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위장 신입사원으로 하여금 노조와 맞서게 하는 신종 대리전이었다. 직접 싸움을 하지 않으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지능적 수법의 등장이다. 청부 폭행을 교사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메르스 공포 보다 이들의 청부 폭행이 더 무서웠다고 한다.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예의주시했던 것은 노조 무력화를 위한 `신종 위장취업` 때문이다. 이들 신입 위장취업 사원들은 입사한 뒤 기업노조를 만들고 사측의 도움을 받으며 노조와 대리전을 펼쳤다. 이들 신입사원들의 정체는 전직경찰 13명과 전직 특전사 출신 20명 등 힘께나 쓰는 60명의 외지 용병들이었다. 빌라를 통째로 얻어 놓고 단체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초 오는 9월 열리는 노조 선거에서 노조를 장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사건건 현장 근로자들과 부딪침이 잦아지면서 실체가 일찍 발각됐고 이어서 폭력 사태로 치닫게 된 것이다. 집단폭력으로 노조원 20여 명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지속적으로 일상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측에 의한 위장취업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사측이 신입사원들을 해산시키고 손을 들고 말았지만 노사관계는 엉망진창이 됐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이는 기업을 위해 전봇대도 뽑아내고 규제를 암 덩어리라고 규정하는 기업 편의주의에서 비롯됐다. 무모한 사측의 노조깨기 작전도 이런 `기업 편의주의`에 편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사태를 부른 선령 규제완화, 부동산과 서비스업 규제완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 온갖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완화에 나서면서 경제 민주화는 자취를 감추고, 경제 살리기는 기업 살리기가 되면서 갑을오토텍 폭력 사태라는 희한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갑을오토텍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전형적인 후진국형 노조 탄압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합리적 노사관계는 대화와 타협뿐이다. 사측의 폭력사태로 시작된 유성기업에서는 급기야 노조원의 자살이 발생했고,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대화와 타협 없이 대량 해고된 뒤의 수많은 노동자의 자살과 대다수가 우울증을 겪었던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정도에서 벗어난 탄압 방식은 노사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식구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두고 어느 노사정위 참여 인사는 "(노조 때문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고 사측을 두둔했다고 한다. 의도된 폭력을 두둔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사측이 비겁한 방법으로 건전한 노사문화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용서하기 어렵다. 용역을 동원해 자기 회사 식구들을 테러를 한 것 자체가 용서가 안된다.

검경의 방관적 대응도 문제다. 수 백명의 경찰관들이 일주일 내내 폭력을 저지른 폭행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경찰 병력을 폭행하기도 했지만 이른바 `중립`을 지키는데 인내심을 발휘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처럼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 노조원들이 지속적으로 현행범으로 체포해달라는 요구에도 경찰은 형식적인 조사로만 일관했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 앞에서 중립은 필요치 않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가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위장취업을 통한 노조무력화라는 모방 가능성 때문이다. 수 많은 용역 회사들이 노조파괴 각본을 사측에 내밀고 사례금을 요구하는 일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신입사원 채용은 사측의 권한이지만 동시에 노측의 권리이기도 하다. 채용 목적이 생산활동과 관계가 없고,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라면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차단책이 필요하다. 이른바 노사 문화를 위협하는 위장취업자 근절을 위한 `갑을오토텍 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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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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