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녹지공간을 시민 친화공원으로, 잔디광장 놀이시설 고작 1개뿐 가족휴식처 무색

대전시청의 녹지 공간을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며 지성과 감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청 전체 면적의 54%가 녹지로 조성돼 있는 만큼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한 생태체험 놀이공간을 마련해 시청이 갖는 역할과 상징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청의 시민광장과 잔디광장, 옥상 녹화 등을 포함하는 녹지면적은 총 3만 7875㎡(약 1만 1400평)로 전체 면적의 54%에 달한다. 절반 이상이 녹지로 이뤄져 있는 만큼 휴일을 활용해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오는 시민들이 적지 않지만 어린이를 위한 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녹지 내 시설은 지붕이 씌워져 있는 벤치인 파고라 4개, 등의자 28개, 바닥이 시멘트로 돼 있는 연식의자 544m 등이 전부이다. 시청 동광장에 어린이 놀이터가 마련돼 있지만 2500㎡(약 750평)에 달하는 잔디광장 한쪽에 유아용 복합놀이기구 1개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상황이라 시청 어린이집 원아들만 사용할 뿐 시민들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

4살, 6살 자녀를 둔 유정희(35·가명) 씨는 "잔디광장이 넓어 아이들이 뛰놀기는 좋지만 놀이터로 조성된 곳은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기구도 6-7세 어린이들이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 하나뿐이라 아쉽다"며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인 시청에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탈 수 있는 기구나 어린이용 벤치 등이 마련되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느껴져 기관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도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 동광장을 전형적인 놀이터가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모양의 자연물을 활용한 복합 놀이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내 놀이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로 플라스틱 소재 기구나 모형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곳이 많아 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감각적인 경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선영 건양대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감각발달을 통해 신체발달이 일어나고 사물에 대한 지식도 생긴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과 같은 전형적인 놀이기구보다는 자연물과 접촉하며 균형적인 감각 발달이 가능한 공간을 시청이라는 공공의 공간에 마련해 놓으면 상징성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청의 녹지공간을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어린이 생태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도심 속 공원이나 인근 산에서 생태체험을 진행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이나 유치원 인근에 자연친화적인 교육·체험 시설을 조성해 놓은 `숲 유치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시청 부지의 녹지공간도 생태체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는 "시청 부지에 잔디광장과 시민광장 등 공원이 넓게 조성돼 있어 어린이들이 꽃과 풀, 곤충 등 자연을 관찰하며 인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생태체험 공간으로 활용도가 높다"며 "현재의 녹지공간과 어우러진 오두막이나 통나무 시설 등을 설치하면 시청을 어른과 아이가 모두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