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김산하 지음·사이언스북스·352쪽·1만9500원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정글북 같은 밀림의 세계를 직접 찾아 떠난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가 2년 여 간 인도네시아의 밀림 생활을 기록한 `비숲`이 출간됐다. 300쪽이 넘지만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흥미롭다. 이런 흥미로움은 아마 필자만은 아니었든지 저자는 긴팔원숭이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밀림으로 떠난 다는 말에 묘하게 밝아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야생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을 봤다고 한다.

흔히 과학자는 대중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말을 하는데 이게 무색할 정도로 저자의 표현력은 생생하다. 심지어 책 속 그림도 직접 그렸다고 하니 이토록 팔방미인이 있을 수 있나 싶기도 하다. 특히 자연을 사랑 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에 대한 저자의 따스한 눈길과 경외심을 금새 느끼게 된다. 동물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와 닿는다. 그냥 보면 우리가 얼마나 대충 보아 넘기는 지 대상을 그림으로 그리면 잘 느낄 수 있다. 사람이라면 무릇 자신이 본 것을 소유하고 싶게 마련인데 박제나 표본 같은 방식 보다 그림으로 그리면 동물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그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 그저 평평한 땅, 쾌적하고 마른 공기. 우리가 갖고도 쉽게 잊고 사는 것 들이나, 영장류의 생활처럼 단지 당장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왜 연구하고 탐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단순한 모험기의 클래스를 훌쩍 넘어선다. 아마 동물 뿐 아니라 모든 자연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는 좋은 책으로 오래오래 회자될 것이다. 남은 책의 페이지가 얇아질 수록 저자와 밀림의 이별이 다가오는 것에 아쉬움과 묘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비로 가득한 밀림 비숲을 떠나는 순간 저자의 눈과 마음이 젖어 들었다는 말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마지막장을 아쉬워하는 독자의 눈과 마음도 촉촉하게 젖어들 것이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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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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