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내년 4월 총선거 불출마를 어제 선언했다. 자신의 지역구 사무소에서 가진 당원간담회 자리에서다. 강 전 의장은 "내년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진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19대 국회를 끝으로 국회의원 선거에는 더는 나서지 않을 결심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1년 정도 남은 이번 19대 국회가 마감하면 강 전 의장은 야인으로 돌아간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해도 그가 아주 세상과 담을 쌓지는 않을 것 같다. 강 전 의장도 "정치를 떠나더라도 대전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대전시·충남도민을 비롯해 지역구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전 정치를 논할 때 강 전 의장의 존재를 빼놓고는 얘기가 잘 안 된다. 그는 지역구인 대전 중구에서만 도합 5번 선택을 받았다. 81년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까닭에 6선이다. 지역에서 현역 6선 정치인은 강 전 의원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있다. 이 최고위원은 경기 안양(갑)에서 재선 의원, 경기도지사를 거친 이후 고향인 논산으로 지역구로 옮겨 6선 고지에 올랐다. 반면에 강 전 의장은 중구가 붙박이 지역구였다. 8번 출마해 13대·17대·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5번 당선된 것이며, 깨기 힘든 기록이다.

3번 낙마라는 쓴잔을 마시기도 했지만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지역민들은 그에게 기회를 준 바 있다. 그해 말 치러진 대선 전초전 성격과 무관치 않은 표심이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에 힘입어 19대 국회 전반기 2년간의 국회의장직에 직행했다. 그의 정치인생 하이라이트 기간이었으며, 대전 출신 입법부 수장으로선 1호였다.

강 전 의장의 정계은퇴는 충청 정치의 세대교체와도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 후배 정치인들이 여야 중진으로 성장해 있는 현실이지만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커 보이는 법이다. 강 전 의장은 전직 의원 신분이 된 후에라도 지역현안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의원 임기는 유한하지만 지역봉사에는 임기가 따로 없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