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마다 신문 사이에 항상 끼워져 있는 전단지 중의 하나가 무슨 무슨 상가 분양광고 전단지일 것이다. 실제 크기보다 과장된 조감도와 역세권, 교차로, 주변 아파트 세대수 등등과 같은 커다란 선전문구로 도배돼 있고, 그 밑에는 시행사와 자금을 대는 은행 등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전단지의 공통적인 구성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입지의 상가를 분양받는 것이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그런 곳에서는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1, 2층은 전체 건물의 수익성을 좌우할 정도로 상층부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업건축물에서 건축은 빛을 바래기가 쉽다. 좋은 공간과 형태를 위해 단 1평의 면적도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사는 시행사나 건축주의 눈치를 보며 계산기 기판의 숫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땅값이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분양 전단지의 문구가 이렇게 바뀔 수는 없을까. `이 상가의 장점은 1층에서는 행인들의 발길이 머물 수 있고 지하층의 선큰가든에 빛을 끌어들일 수 있게 많이 비운 것이며, 2층으로 연결되는 외부계단이 있어 1층 못지않은 접근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각 층별로는 조경으로 잘 가꿔진 옥외 휴게 공간이 있어 임대공간에 여유로운 조망을 더한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아무개이며 그의 건축 철학은 이러이러하다.`

꿈 같은 얘기다. 이에 비해 중소 규모의 상업건축물은 분양 위주의 대형 상업건축물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건물주가 소유를 하고 임대를 하니 건물에 대한 애착이 있다. 공사비나 면적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지만 잘 설계되고 시공된 건축물은 임대도 잘되고 주변보다 임대료도 더 받을 수가 있다.

지나가다 한번 더 쳐다보게 되니 휘황찬란한 간판을 붙인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으며, 실내 인테리어의 효과도 외관과 더불어 훨씬 커지게 마련이니 장사도 잘될 수밖에 없다.

공실률이 높은 요즘 임차인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을 갖춘 건축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상업건축물을 지으려는 분들은 조금 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평 정도의 면적은 좋은 공간 구성과 건물의 외관에 할애할 수 있는 용기를 말이다. 거기에 바로 상업건축물의 성패가 달려 있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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