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전반적인 문화 활동은 그들의 예술양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의복은 일종의 예술양식으로도 볼 수 있다. 패션은 사회의 심미적인 가치, 사람들의 문화 활동, TV·영화·대중매체·건축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모든 사회에 있어서 인간의 용모에 대하여 심미적인 가치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생각은 인체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복식미도 포함된다. 심미적인 가치에는 인체미의 이상과 복식미의 이상이 포함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예술양식에 대한 교육이나 관심의 정도에 따라 그들 나름대로의 심미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의복을 수용하게 된다.

심미적 표현은 연령, 시대, 문화 등에 따라서 변화하는데, 한 사회에서 이상적인 외모가 다른 사회에서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키가 크지 않은데, 요즘은 서양여자들을 표준으로 하기 때문에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의복은 몸에 거의 맞아 날씬해 보이면서 키가 커 보이는 디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의 한 요소인 예술 중 건축은 어떤 다른 형태의 예술보다도 복식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이유는 건축이 모든 곳에서 눈에 쉽게 보이므로 보다 잘 이해되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모자는 그 형태가 각각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는 그 나라의 건축 양식의 외형과 관계가 있다. 로마 병사의 둥근 헬멧은 로마 건물의 둥근 지붕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며, 터키인의 터번은 이슬람교 사원의 둥근 지붕을 따른 것이다. 또한 중국인의 모자는 그 형태와 장식에 있어서 탑 모양의 사원과 비슷하고 영국 신사의 톱 햇(top hat)은 증기 기관차의 연통에서 유래된 것이다.

의복에 있어서도 건축양식과 관련이 있는데, 고대 이집트의 복식인 트라이앵귤라 에이프런의 모양은 피라미드의 모양과 흡사하며, 그리스 복식인 키톤의 모양은 건축물의 기둥 모양과 흡사하다. 또한 중세 고딕시대에는 교회의 뾰족한 첨탑과 길고 높은 고딕 양식이 그대로 복식에 반영되어 여성들의 복식이 길었으며, 머리장식의 형태도 뾰족하였고 남성들의 구두 끝도 뾰족한 형태로 나타났다. 근대 복식에서 보여지는 크리놀린 스타일의 복식은 런던의 수정궁의 모습과 흡사하며, 벌크 스타일의 복식은 에펠탑의 건립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고 현대의 빌딩과 타이트스커트, 우리나라의 기와집 곡선과 저고리의 배래 곡선이 서로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다.

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되고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면 사치품의 과다 소비에 탐닉하게 되고 자연히 사치스러워지며 유행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국내외적인 산업구조, 즉 보호무역 정책이나 개발도상국간의 수출경쟁, 수입 자유화 정책, GNP의 상승, 소비의식의 변화 등은 패션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예로 1988년 이후 우리나라에는 수입 자유화 정책으로 수입품이 홍수처럼 유입됐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의식구조도 변화돼 우리나라의 패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편, 경제적으로 불황이거나 인플레가 심할 때에는 유행상품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줄어들게 됨으로 유행의 변화 속도가 느려지게 되며 의복의 선은 매우 단순해지고, 색상도 어두워진다. 1930년대 초의 세계적인 불황과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1990년대 후반에는 칙칙하고 흐릿하며 단순하고 평범한 의복이 지배적임을 볼 수 있다. 또한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제적 상황은 스커트 길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경제적으로 호황일 때는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고, 불황일 때는 스커트 길이가 길어졌다. 이는 경제적으로 불황일 때는 옷감의 가격이 떨어지므로 산업의 침체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옷감의 소비가 많은 넓고 긴 스커트로 유행을 유도한다. 심리적으로는 경제가 침체되면 소비자의 심리도 침체되어 소비자는 짧고 발랄한 스타일보다는 긴 스커트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길순 충남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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