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 별 가운데 많은 별들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데 이 별들이 우주공간으로 뿜어내는 에너지의 원천은 핵반응이다. 이러한 별들은 중력에 의해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의 원자들을 가둬 핵반응을 일으키는 핵반응로다.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이러한 핵반응은 태양처럼 무거운 별의 경우 마지막 순간 극렬한 핵반응으로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더욱 무겁고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 우주 공간에 뿌리게 된다.

이렇게 핵반응으로 생성된 원소들이 중력에 이끌려 모여서 지구나 달과 같은 별이 탄생했다. 즉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자연계의 원소 92가지는 별의 핵폭발로 생성됐고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도 마찬가지다. 별의 폭발로 생긴 새로운 원자핵은 불안정해 방사능을 방출하는데 이는 원자탄의 폭발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기는 방사능 물질과 유사하다. 즉 우리가 사는 지구는 원자탄의 폭발로 발생된 죽음의 재와 유사한 별의 핵폭발로 생성된 물질이 수십억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방사능이 소멸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반감기가 긴 우라늄이나 칼륨 등 일부 방사성 핵종은 아직 소멸되지 않고 방사선을 방출한다. 일례로 칼륨 동위원소 중 하나인 K40은 반감기가 12억 5000만 년이어서 아직 지구에 많이 남아 전체 칼륨 원소 중 0.012%를 차지하고 있다. 체중 70㎏인 사람에게 0.0187g이 존재하는데 초당 4900회의 방사능 붕괴가 일어난다. 이는 우리 인체의 내부피폭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칼륨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원소로 하루 권장 섭취량은 4-5g인데 대표적으로 바나나에 많이 함유돼 있다. 바나나 1개는 0.4g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으며 초당 12회의 방사능 붕괴가 일어난다. 우리가 방사선을 피해 납으로 차폐된 방에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의 자체적인 방사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의미이다.

또 우주의 핵반응에 의해 생기는 우주방사선의 영향도 받고 있는데 지구의 대기층이 이를 대부분 막아주고 있다. 높은 고도로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 X-ray를 한 번 촬영한 것과 같은 양의 방사선 피폭을 받게 된다. 이러한 자연방사선에 의한 피폭량은 연간 2.4mSv(밀리 시버트) 정도다. 우리가 살면서 피폭되는 자연방사선과 달리 병원의 진단용 X-ray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인공적인 방사선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방사선에 의한 피폭은 연평균 0.6mSv 정도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해로움보다 의료행위로 인한 이로움이 더 크다고 여겨 활용되고 있지만 과잉진단이나 중복된 진단으로 불필요한 피폭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핵연료를 중성자와 충돌시켜 핵분열 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때 핵분열 반응과 동시에 방사선이 방출되며 이 방사선은 원자로용기 및 차폐벽에서 차단돼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핵분열 결과로 생성된 여러 가지 새로운 핵종과 핵연료가 중성자를 흡수해 생성되는 무거운 원소는 불안정해 방사선을 방출한다. 원자로에서 생긴 이러한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수백만 년, 수 초까지 매우 다양하다.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반감기가 긴 핵종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원전에서 사용이 가능한 물질을 분리하고 남은 고준위의 방사성폐기물은 붕괴돼 방사선 준위가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오랜 기간 생태계와 격리되도록 영구처분돼야 한다. 우리는 현재 원자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혜택을 누리면서 그로 인해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와 관리는 다음 여러 세대에 걸쳐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승웅 원자력안전기술원 안전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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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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