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했다.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알뜰하게 저축해오던 서민들에게는 난감한 뉴스일 것이다. 반대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건축 분야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땅을 구입해서 건물을 지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흔히 원-투룸이라고 부르는 다가구주택일 것이다. 이것도 적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7억-8억 원에서 10억 원 가까이 돈이 들어간다. 중산층이라 해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다 받고 평생 쌓아놓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어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액수일 것이다. 그런 만큼 뽑아내려는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건축사들에게 가장 많이 설계가 의뢰되는 것이 다가구주택이다. 다가구주택은 말 그대로 여러 집이 한 건물에 모여 같이 사는 소형 집합주택이다. 건축법으로 가구 수의 제한이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가구 수가 많이 나와야 임대수익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자, 허가관청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준공 후에 가구 수를 분할해 늘리고, 높이 제한이 있는 누다락을 높이고 하는 등등 옆집 앞집 다 불법을 저지른다.

불법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걸 단속하는 관청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으며, 거기에 낭비되는 행정력과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필자는 다가구 관련법을 보다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다락을 아예 못 하게 하고, 법정 주차대수와 연관되어 있는 가구 수 제한도 폐지하는 것이다. 다가구 밀집지역의 주차난은 현재도 심각하며 이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택지 개발을 할 때 공용주차장을 많이 확보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가구주택이 아주 재미있는 건축형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장점을 잘 융합해서 설계하고 지어진다면 가구 수 늘리기나 누다락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진 건물보다 훨씬 나은 임대료와 매매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한묵 건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