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O콰르텟 창단 연주회 10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현악 4중주는 4대의 현악기 편성으로도 다양하고 정교한 음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등 많은 작곡가들이 사랑했다.

하지만 곡 자체가 까다로운데다 4명의 호흡을 맞추는 일도 만만치 않아 `실내악 팀은 결성한 뒤 3년을 못 넘긴다`는 통설이 나올 정도다.

그런 점에서 10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갖는 `DPO콰르텟`은 주목할 만 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필균과 이현웅, 비올라 수석 김민정, 첼로 수석 이송희가 만나 음악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펼쳐낼 준비를 마쳤다.

창단 연주회의 제목은 `즐거운 만남`이다. 실내악에 목 말라 있던 4명의 연주자들이 대전 음악 애호가들에게 어떤 에너지와 기쁨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필균 바이올리니스트는 "대전시향에 실내악 시리즈도 있고, 소규모로 실내악 팀을 결성해 연주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져 창단에 이르게 됐다"며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역할이 크지만, 현악 4중주는 디테일하게 토론하면서 만들어가는 만큼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실내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단 연주회답게 프로그램은 익숙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포문은 현악 4중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라단조, 작품 76 NO 5로 연다. 작품 76의 여섯 곡은 정점에 위치해 있다. 그 중 제5번은 제4번까지의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난다. 우아하고 고고한 기품, 아늑한 실내악적 울림, 그리고 아름다운 서정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제1번 마단조 `나의 생애로부터`다. 청력을 상실한 후 절망과 고뇌에 빠진 스메타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작품이다. 1악장에서는 젊음 특유의 낭만적이고 창조적인 동경이 어렴풋이 느껴지고, 2악장은 흥겨운 폴카로 춤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3악장은 첫 아내에 대한 사랑을 추억하며, 피날레는 활기에 찬 창의력에 환희하지만, 날카로운 음으로 청력 상실을 표현한다.

마지막 무대는 베토벤의 현악 3중주 작품 59, 제2번 `라주모프스키`로 꾸민다. 빈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음악 애호가 라주모프스키에게 헌정됐기 때문에 `라주모프스키`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1번과 2번에는 러시아의 민요를 인용하고 있다. 베토벤의 중기에 해당하는 곡이다. 기존의 악장들을 더욱 발전시키거나 파괴시키는 등의 파격적인 시도로, 기존의 `실내악이란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함께 즐기기 위한 음악`이라는 인식을 깼다. 세 개의 `라주모프스키` 현악 4중주곡 중 가장 장중하고 내성적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이들은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가겠다는 각오다.

김필균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달말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연주가 계획돼 있고 실내악 축제에서도 선을 보일 것"이라며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대전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가는데 일조하는 콰르텟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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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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