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가 제정된 지 6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어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간통죄는 혼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지돼 왔지만 사실은 이혼을 전제로 해야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그와 간통을 한 상대방도 같은 처벌을 받도록 규정한 형법 241조는 효력을 잃었다. 이 조항을 놓고 그동안 가족제도 보장과 여성보호를 내세운 '존치론'과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 자유 등을 내세운 '폐지론'이 맞서 왔다. 헌재는 1990부터 2008년까지의 네 차례 헌법재판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며 간통죄를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었다.

간통죄 폐지로 사회적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이혼법은 혼인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헌재 위헌결정으로 이혼 소송의 원칙이 유책주의에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파탄주의(破綻主義)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간통을 저지른 유책 배우자가 재산을 모두 빼돌린 후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간통에 대한 형사적 절차 역시 사라지는 만큼 피해 배우자가 직접 유책 배우자의 간통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심부름센터의 불법 증거수집 등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간통죄 폐지로 자칫 불륜이 합법인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간통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강화해 유책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나 배상액을 크게 늘리는 등 보완책도 필요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이에 걸 맞게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성숙된 국민의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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