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 스콧 F. 파커·마이클 W. 오스틴 외 지음 김병순 옮김·따비·480쪽·2만2000원

지구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교역되는 상품이며 해마다 5000억 잔이 소비된다는 커피. 최근 뉴스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 커피 소비량은 평균 338잔, 주당 마시는 횟수는 12.3회로 배추김치 (11.8회), 쌀밥(7회)보다 많다. 주식인 밥을 먹는 횟수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식후 커피 한잔과 스타벅스 매장 도서관 삼기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그저 `남들 마시니 나도 마신다`가 아니라 `커피, 알고나 마시자` 싶기도 하다. 커피에 관한 21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그러한 욕구에 부응함은 물론 커피와 커피문화를 깊이 있고 날카롭게 분석함으로써 단순히 커피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 전달을 넘어 좀 더 확장된 사유를 촉발한다.

`오래전 에티오피아 목동이자 시인인 칼디가 어느날 커피나무 앞과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뒷발로 서 춤추는 것을 보고 자기도 커피 열매를 씹어 먹었더니 노래와 시가 절로 나왔다`는 소박한 유래담에서 시작된 커피는 아랍, 유럽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약재, 종교의식에 사용되며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놀라운 치유력으로 찬미되기도 하고 때론 정신을 훼손하고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악마의 음료`로 핍박받기도 했지만 점차 대중화됐다. 이와 더불어 발달한 카페의 토론 문화는 프랑스 혁명을 잉태했고 이후 근대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커피는 싼값에 누구나 마시는 대중적 음료가 됐다.

커피는 사람들을 생각에 빠지게 한다. 커피는 인지감각을 날카롭게 해 인간의 정신 활동을 고양함으로써 철학에 기여한다. 그리고 철학은 커피문화의 본질을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은 형이상학, 문화, 미학, 윤리학 4영역에서 커피를 다룬다. 커피를 둘러싼 문화는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인 만큼 그 사유와 분석 또한 광범위하다.

`커피에는 공동체의 발달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커피 한 잔을 함께 마시는 것과 같이 의식적으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경험은 우리를 절망과 자포자기에서 빠져나오게 이끌 수 있다. 커피를 함께 마신다는 것은 타자의 욕구를 채워주고 타자와 소통할 준비를 갖출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타자와 우리를 이어준다. 148-149쪽` 거나 `커피하우스는 우리가 공론장이라 부르는 곳,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모여 토론하고 행동하는 곳의 중심이었다.…살아 움직이고 비판적이며 민주적인 공론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카페를 커피숍이 아닌 커피하우스로 생각해야 한다. 커피라는 단순한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이 번뜩이고 교환되는 곳으로서 카페를 바라봐야 한다.-194.210쪽` 라는 커피를 매개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제안, 그리고 `에스프레소야말로 평등주의라는 개념이 순수하고 단순한 액체 형태로 이상화된 모습.…에스프레소의 극도로 압축적인 뛰어난 맛과 향, 그리고 이것이 제공하는 생리적 효과는 무엇보다 심오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보호받지 못하고 힘없는 노동자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도시에 있는 카페의 바리스타로 이어지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25㎖짜리 추출물인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이다.-317.232.233쪽` 같은 커피 한잔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사유들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 커피는 슈퍼마켓 커피보다 정말 더 맛있나, 커피무역에서 자행되는 불평등한 거래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커피 공정무역 문제, 좀 더 친환경적인 커피 재배와 소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커피 윤리학의 측면까지 21인의 철학자와 커피 전문가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흥미로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노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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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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