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8일 "올해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가 일파만파 파장을 부르고 있다. 건보료 개편 계획은 지난 19개월간, 햇수로 3년간 추진해 온 현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 중 하나로 금년에는 당연히 새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것을 갑자기 안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 내내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장관은 갑자기 하던 것을 안 하겠다고 하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건보로 개편 계획의 기본 골자는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고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같은 소득이면 600만에 달한다는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많이 내는 것을 시정하는 한편, 실직 혹은 퇴직한 가입자가 실소득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는데도 집과 자동차 등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가입자일 때보다 훨씬 많이 내는 것을 고치자는 의도였다. 아울러 실제 소득과 자산이 많으면서도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얹혀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는 점도 개선키로 했었다. 이런 개혁안을 무기연기하겠다고 했으니 사실상 이번 정부 임기중엔 무산됐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런 건보료 개편안이 갑자기 중단된 배경에는 건보료 부담이 늘어날게 뻔한 고소득 직장인과 그 가족 50만명의 반발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는 건보료 개편 계획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이들의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의 지시로 중단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중단하라고 한 배경에는 연말정산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것에 놀라 그랬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렇다면 600만명의 여론보다 50만명의 여론을 더 중요하게 보나 하는 궁금증을 낳을 뿐이다.

이번 건보료 개편 계획은 정부가 주창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조치의 하나로 간주됐는데, 이런 식의 관측이 맞다면 과연 이번 정부 임기중 제대로 된 개혁은 몇이나 되겠나 하는 회의만 들게 할 뿐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통과 설득에 기반한 개혁추진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공법이 효과를 낸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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