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육군 장성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어제 군 인권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에 대해 "문제의 여단장이 일심히 일하려 외박을 못 나갔던 게 원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가리켜 '아가씨'라며 거의 막말 수준의 표현까지 사용했다. 장성 출신 의원이 성(性) 군기 사건을 외박과 연관지었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군 관련 사고로 인해 군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성을 포함한 고위 장교들의 잇단 성 범죄는 군 기강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성추행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군을 상담해 주겠다면서 자신의 집무실에서 5차례에 걸쳐 강제 성추행을 한 혐의로 사단장이 기소되는가 하면 군 기강을 잡아야 할 감찰장교가 여군 하사를 성추행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여군에 대한 성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군 법원에 의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총 37건의 여군 성폭행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1건에 그쳤다는 것은 그동안 군이 성 범죄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대처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육군은 뒤늦게 성군기 위반 사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성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며, 남자 군인과 여군이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수칙은 근시안적 대책으로 보인다. 장성을 포함한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성군기 교육을 받도록 하고 성군기 위반 유형별로 강력한 처벌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여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성군기 위반 사례는 근절되기 힘들다. 따라서 성 군기 개선이 이뤄지려면 군 장성 등 고위 간부들의 정신상태부터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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