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행복 더하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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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일요일 어느 오후. 원두향 은은한 카페에 청춘 남녀가 앉아 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지인이 주선한 맞선 자리에서 처음 대면했다. 통성명 뒤 서로의 궁금사항을 확인해갈 즈음 여자가 묻는다. "취미가 무엇인가요?" 잠깐 머뭇거리던 남자가 `독서`라고 대답한다. 여자가 "어떤 책을 주로 보시나요?"라고 재차 묻자 남자 왈, "이 것 저 것 뭐, 그냥 아무거나 봅니다. 하하"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여자는 속으로 짐작한다. "취미가 없는 남자네."

가상이지만 이 남녀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십중팔구 두 번째 만남은 없었을 것이다. 설령 남자가 애프터 신청을 했어도 여자는 단호히 거절했을 테다. 왜일까? 취미를 묻는 여자의 말에 남자가 스킨스쿠버나 걷기여행, 사진찍기라 대답하고 후속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갔다면 달랐겠지만 변변한 취미 하나 없는 남자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아나운서 윤영미는 그의 저서 `열정`에서 "무취미는 향기 없는 꽃"이라고 일갈했다.

취미는 인생의 오아시스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오아시스를 품고 있는 탓이듯 좋은 취미는 때로 사막보다 더 혹독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특히 100세 시대가 임박하며 취미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전문가인 웨스 모스는 미국 46개 주 1400명의 은퇴자를 대상으로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한 조건을 조사했다. 4개 정도의 취미생활이 그 가운데 하나다. 한 두 개 정도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이들의 행복 만족도는 낮았지만 3, 4개 정도 취미생활 하는 은퇴자들은 가장 행복했다고 모스는 밝혔다.

취미 없는 생활은 후회 막급이다.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가 국내의 50세 이상, 잔고 1000만 원 이상 고객 980명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을 묻자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한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취미의 효용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좋아서 즐긴 취미가 직업이 돼 성공까지 다다른 이들이 적지 않다. 일상의 고민을 잠시 미뤄두고 심취한 취미활동에서 뜻 밖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길러내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구글 등 우량 기업들이 앞 다퉈 직원들의 취미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등산이나 독서 일색의 우리나라 취미 문화도 다종다양해지고 있다. 마음 가는 것부터 하면 된다지만 취미 생활의 첫 발 어떻게 내디딜까? 배우 최민수 등 취미가 인생을 바꾼 아홉 명 남자들을 취재해 `남자의 취미`를 출간한 방송인 남우선씨는 책에서 "인생이 심심하여 여기저기 재미있는 것을 찾아 배회하는 영혼이라면 `깊고 좁은`, 편협하여 도무지 대중화의 가능성이 낮은 이들 취미들에 추파를 던져 보자. 누구나 좋아해 마지않는, 쉽고도 재미있고 어렵지도 않은 대중적 취미의 동의어는 `싱거움`이다"라고 적었다.

행복한 취미생활을 위해선 취미력(力)도 필수다. `취미의 발견`을 펴낸 고민숙씨는 "취미는 혼자이면서도 혼자이지 않은 듯 즐길 수 있었던 일상의 재미난 놀이"라며 "취미의 발견이란, 나를 발견하고, 주위를 발견하고, 일상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썼다. 취미로 사진을 익히면 무념하게 보낸 일상 속 빛들이 새롭다. 취미로 숲과 만나면 나무와 풀들이 말을 건넨다. 취미로 시와 친해지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이 좋은 취미의 `힘`이다. 취미에 얽힌 기도문에 작은 진리가 담겼다.

"아이가 일생 좋은 취미 생활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해 주소서. 취미를 통하여 인격을 고상하게 가꾸고/ 생의 의의와 인간의 가치와/ 자연의 이치도 깨닫게 하소서. 사는 데 급급하여 취미를 갖지 못하거나/ 취미 때문에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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