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강아지가 종을 친다.

그러면 문을 열어 주렴.

쉬를 하고 싶은 거야.

딸랑 딸랑

강아지가 종을 친다.

그러면 문을 열어 주렴.

응가를 하고 싶은 거야.

딸랑 딸랑

강아지가 종을 친다.

그러면 놀아 주렴.

공부방에서 나오라는 거야.

넷째 손녀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할머니 말씀.

동시 한 편이 우리에게 다가와 딸랑딸랑 종을 흔든다. 우리들 추위에 움츠렸던 가슴 활짝 펼치라고. 창공을 우러러 한번 힘차게 심호흡하고, 일주일여 남은 시간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2014년을 마무리하라고. 그래야 새해를 힘차게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제는 기말고사 수능시험도 모두 끝이 났으니 방문 열고 밖으로 나오듯, 그렇게 우리 서로에게 꽁꽁 닫힌 마음 문을 열고 나와 주변 사람들과 손잡고 따뜻한 인사라도 나누라고. 점점 추워져 가는 지상으로 차가운 바람 불고 싸늘한 눈발 흩날릴 때. 따뜻한 동시 한 편 우리들 가슴에 다가와 잔잔한 파문을 일군다.

딸랑딸랑 강아지가 종을 치면 공부방에서 나와 강아지와 놀아주라는 할머니의 말씀. 그것은 사실 할머니께서 손녀가 보고 싶은 것. 그래서 할머니가 강아지 핑계를 대신 것이다. 그러니 할머니 마음을 대신해 강아지가 종을 치는 것. 그런데 강아지는 자선냄비의 종을 함께 치는 건 아닐지?

우리 사회를 돕는 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변의 가난한 이웃에게 온정어린 손길 보내달라고. 굳어버린 우리 마음에 벽을 부수려 강아지가 딸랑딸랑 종을 치는 건 아닐지? 우리도 서로의 가슴 향해 딸랑딸랑 사랑의 종을 흔들자.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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