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직장이라는 공기업의 횡포가 끝이 없다. 자신들과 가까운 계열사 등에는 특혜를 제공하고, 힘없는 협력업체에게는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을 토해내게 하거나 일을 떠넘기는 등 부당행위를 일삼아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공기업의 행태는 국민들이 이해하고 용납할 만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공정위가 한국전력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4개 공기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5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기업의 행태는 법도 없고 상식도 없다. 그중에서도 한전과 그 자회사의 부당행위는 매우 심각하다. 한전은 5개 자회사에게 계열사인 한전산업개발을 부당 지원토록 하고, 자사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기업에게도 수의계약으로 경쟁입찰보다 돈을 더 줬다. 반면에 '을'인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일부 대금을 돌려받거나 당초 계약액보다 줄여 지급했다. 도로공사도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에 고속도로 순찰을 수의계약으로 맡기며 낙찰률을 높게 적용해줬다. 철도공사는 계열사에 주차장을 맡기면서 땅 사용료를 크게 낮춰줬다.

이들은 연고가 있거나 친한 곳은 힘껏 밀어줬다. 계열사나 퇴직자가 일하는 회사는 규정을 어겨가며 일을 몰아주고 돈을 더 줬다. '관피아'처럼 공기업들도 계열사나 외부의 관련 사기업과 끈끈한 공피아(공기업+마피아)의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힘없고 '빽'없는 협력업체는 종과 다름 없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돈을 떼이고,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직원을 보내 민원전화를 받아줘야 했다.

공무원 조직과 대기업의 '갑질' 못지않게 공기업에도 횡포도 만연해 있다. 전력이나 철도처럼 이들의 업무가 독점적인 것이라 경쟁 상대도 없고 비판이나 견제도 잘 먹히지 않는다. 정부나 정치권이 뭐라고 하면 그때뿐이다. 말 그대로 안하무인으로 흘러가는 공룡기업이다. 자회사나 계열사, 퇴직사우에게는 갖은 방법으로 퍼주고, 협력업체는 바닥에 깔고 굴러가는 형국이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한 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야 한다.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 그칠 게 아니다. 문제가 큰 회사는 엄벌하는 한편 핵심 관계자도 형사처벌하는 등 제재 수위를 훨씬 높여야 할 것이다.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개인에게 추징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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