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이펙트: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위즈덤하우스/316쪽/1만 5000원

혁명 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때론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비 효과`를 통해 한 시대를 종말 시키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기도 한다. 그 사소한 사건 중 일부는 역사에서 `범죄`로 정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예수와 소크라테스는 당시 기득권의 심기를 거슬렀다. 기존 사회질서를 흔들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예수가 사형에 처해진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꽉 막힌 현실을 극복해 이상(理想)으로 나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예수와 소크라테스가 추구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기득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합법`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혔고, 그들은 `범죄자`로 매도됐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다."

`크라임 이펙트`는 이처럼 역사에 기록된 세상을 바꾼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정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또 이런 주장을 펼친다.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한니발, 진시황, 칭기즈칸을 비롯해 우리가 영웅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전쟁 범죄자다." 죄 없는 사람 수십만, 수백만 명을 죽였건만 정복한 땅의 넓이만큼 이들은 높이 칭송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전쟁에 대한 착각을 낳고 또 다른 전쟁의 씨앗으로 작용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16가지의 사건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 해석해 `범죄`로 규정 짓고 그 범죄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 나갔는지 자세히 풀어나간다. 신화의 시대부터 시작해 고대, 중세, 근대로 문명이 발전해 오며 인류에게 들이닥친 불행의 원인을 `범죄`라는 잣대를 통해 찾아본다. 또한 범죄가 문명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살핌으로써 범죄를 단순한 역사의 부속물로 보기보다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으로 작용했음에 주목한다.

형사사법학을 전공한 저자는 범죄는 단순히 역사의 부속물이 아니라,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에는 항상 범죄가 존재했고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역사를 정치, 경제, 예술 등의 관점에서 연구한 책들은 많지만, 정작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범죄`를 창(窓)으로 역사를 설명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학자가 역사 변화의 주원인으로 정치를 내세우고, 경제학자가 역사의 동력을 경제로 설명하듯이, 저자는 `범죄`가 역사와 인류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범죄라고 하면 살인이나 강도 같은 개인 범죄를 주로 떠올린다. 물론 역사적으로 암살이나 테러, 살인 같은 개인 범죄도 역사의 발전과 퇴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은 1차 대전을 촉발했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은 베트남전 확전을 불러왔다. 9·11 테러는 감시와 검색 강화로 일상 활동의 변화는 물론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것은 전쟁이나 학살, 정복, 독재 같은 거시 범죄들이다.

그것 들은 주로 국가나 그 시대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범죄`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을 뿐더러 역사에서 영웅으로 대접받아왔다. 거시 범죄들은 인류를 고통에 빠뜨려왔지만 막상 범죄로 역사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범죄를 없애는 것이 정의인데, 오히려 정의가 범죄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되어 온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떠안은 고통의 원인은 모든 범죄로부터 나왔다"며 "그 난제에 대한 해결의 키 또한 역사를 뒤흔든 범죄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 역사의 진실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결코 지루하거나 엉뚱하지 않다. 어수선한 시대에 한 번쯤 귀 눈 여겨 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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