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삶은 손때 묻은 살림집에 그대로 담겨 있다. 초가집, 너와집, 굴피집, 투막집, 이름만 들어도 소담스럽고 한편으로는 먹고살기 빠듯했던 가족의 애환이 서려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안동을 중심으로 강원도 남단부에 분포돼 있는 '까치구멍집'이 생각난다. 기후를 고려해 집 안에서 모든 주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어진 까치구멍집은 안방, 건넌방, 마루, 정지(부엌), 봉당, 외양간 등 모든 시설이 들어서 있어 오늘날 아파트와 유사한 평면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내부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봉당 앞의 대문을 통하지 않으면 집 안으로 들어설 수 없으니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현관문이라 할 수 있으며, 대문을 들어서면 봉당에 이르게 되니 이는 현관과 다용도실에 해당한다. 전통민가에서는 마당에서 댓돌로 올라가 거기서 각방으로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까치구멍집은 현관기능을 가진 봉당을 통해 동선이 뻗어 나가는 유일한 전통가옥이다.

특히 사람과 소가 한 주거 공간 내에서 생활하는 인축동거(人畜同居) 형태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소와 사람이 한 집안에서 살게 된 연유는 추운 날씨 때문이다. 집 안으로 외양간을 들인 대신, 외양간 앞쪽 판벽(板壁)에 소가 드나드는 별도의 미닫이 판문(板門)을 만들어 사람들의 동선과 분리시켜서 소와 사람이 뒤섞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쯤 되면 까치구멍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 궁금할 것이다. 까치구멍집의 폐쇄적인 외관은 도적이나 짐승의 침입을 막기에 적합하며 집약적인 평면 구성으로 활용의 효율성을 지녔지만 외양간의 가축 분뇨 냄새, 취사 시 음식 냄새, 땔감 연소 시 가스와 연기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구멍을 뚫어 대류에 의해 자연스럽게 통풍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였다. 이를 까치구멍이라 했고 집의 이름도 자연히 까치구멍집이 되었다. 까치구멍집은 기능적인 평면 구성과 합리적인 공간 이용을 위해 고안된 민가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매우 돋보이는 집이다.

1960년대부터는 까치구멍집을 신축하는 예가 거의 없었고, 적은 수의 오래된 까치구멍집도 이농으로 인해 자연 소멸되거나 주택 개량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현재 '봉화 설매리 3겹 까치구멍집(중요민속문화재 제247호)'을 비롯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4기의 까치구멍집이 살림집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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