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아파트 늘리려 계획 변경 녹지·교육·공공시설 등 대폭 축소 '첨단·전원도시' 조성 취지 무색

[천안·아산]사업 부지가 대폭 축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512만㎡)가 아파트만 즐비할 판이다. 애초 계획과 달리 녹지와 교육, 공공시설 용지 등은 대폭 사라지고 아파트 용지 비중은 늘릴 계획이어서 LH가 돈 되는 주택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따르면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의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LH는 천안시 불당동과 백석동, 신방동, 아산시 배방읍·탕정면 일원이 속한 탕정지구에 3조 2382억 원을 투입해 택지를 조성하고 있다. 아산신도시 2단계의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단독주택 용지는 기존 17만 116㎡에서 11만 3806㎡로 무려 5만 6310㎡가 줄어든다.

특히 6만 1538㎡의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는 통째로 없어진다. 탕정역 일대 상업용지도 7570㎡가 줄어든다. 결국에는 녹지와 어우러진 자족형 첨단 신도시를 표방한 아산신도시가 아파트 신도시로 귀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문화교육시설과 복합커뮤니티시설, 녹지 면적도 적게는 4664㎡, 많게는 2만 3333㎡가 축소된다.

단독주택이나 공공시설 용지가 감소한 대신 아파트 용지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당초 탕정지구 토지이용계획에 산정된 아파트 용지는 90만 1299㎡였지만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안에는 15만 1823㎡가 증가한 105만 3122㎡로 명시됐다. 탕정지구에 계획된 저밀도 신개념 주거단지, 특별계획구역은 전면 취소되고 아파트 용지로 변모한다. 단독주택 인접지의 공동주택 층수 제한(8층 이하)도 폐지된다. LH는 시장 수요를 반영해 단독이나 연립주택 용지를 축소하고 아파트 용지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LH가 시장 수요를 앞세워 당장 용지 매각이 용이한 아파트 용지를 과도하게 늘려 전원도시로 조성하려던 아산신도시의 특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도시계획 전공 교수 A 씨는 "변경안대로 개발되면 아산신도시 2단계는 첨단 신도시라는 수식이 무색하게 아파트만 즐비한 다른 신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 중인 사업의 개발 및 실시계획의 대폭적인 변경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탕정지구에 포함된 불당동과 백석동은 택지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변경안에 따르면 탕정지구 천안지역은 우체국과 광장, 주유소, 공유형 주차장 용지가 폐지된다.

이는 LH가 대폭적인 사업 변경을 통해 돈 되는 주택사업은 확대하고 반대로 돈이 안 되는 녹지나 교육,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 등은 대폭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 이 모 씨는 "LH가 신도시를 돈벌이 사업장으로 전락시키려 하는 것은 공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LH 아산사업단 관계자는 "사업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학교와 유치원 등을 늘려 소비자들의 불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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